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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식의 계승자 EP.6 센텀시티 Part.2 13화 Dance with 작성일2025.01.17 조회545

작성자비해랑

어느새 일주일 정도면 벌써 침식의 계승자가 나온지 4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소설 속이나 현생이나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여러분들의 피드백과 응원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기도 힘들었겠죠.
파트 2도 어느새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데 늦어도 올해 여름 전까지 마무리해보려 노력하겠습니다. 그때까지, 그 이후로도 응원 부탁드립니다.

침식의 계승자, 자온의 이야기.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편애는 나쁜 거지만.... 이전 공홈에서부터 댓글&응원해주신 exlamp님 감사드립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응원, 댓글 좋아한다구욧!)

오늘도 읽으러 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인사 드리며,

시작합니다

 

 

 


"......방송은 저희 쪽에서도 보고 있었어요."

떨어져 있었다곤 하지만 센텀시티가 조용했던 탓에 방송을 전부 들었던 감찰관은 보기 드물게 옅은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다.

"설마 저 정도로 뻔뻔하게 나올 줄은 몰랐네요. 자기들의 죄를 그대로 김유정 임시지부장님과 그 측근들한테 덮어 씌우다니...."

우리 말고도 다른 클로저 팀들도 성명 내용이 황당하고 어이 없었는지 침묵을 유지하면서 얼굴엔 옅은 분노를 내비추고 있었다.

"그래도.... 그만큼 총장도 여유가 없어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거예요."

"여유가 없다고요?"

"네. 생각해 보세요. 지금 총장의 입장에서 가장 성가신 일이 뭘까요?"

"저희가 진실을 알리는 거겠죠. 하지만 지금은....."

"방해 전파 때문에 어디에도 연락할 수가 없지."

혹시나 하고 휴대 전화를 확인해 봤지만, 여전히 방해전파의 영향으로 인해 권외 표시가 떠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아예 전파 방해의 영향권 밖으로 나간다면요?"

"그러면..... 확실히 미하엘, 그 노인네한텐 꽤 성가셔지겠죠."

"그래요. 여러분이 부산 시에서 도주해 유니온 상부와 연락을 취하는 것, 그게 총장 입장에서 가장 성가신 일이죠. 그럼 제 아무리 총장이라 한들 전시 즉결 처분 같은 중형을 독단적으로 내릴 수 없게 되죠."
"그간 도착한 메세지들을 확인한 결과..... 유니온으로부터 여러 차례의 소환 요청이 있었어요. 검은양, 늑대개, 사냥터지기 팀 여러분들에게 혐의가 있으니, 본부에 출두해서 이에 대한 해명을 하길 바란다고요."

감찰관이 보여준 메일 내용대로, 신서울지부 클로저 팀들의 소환 요청이 적혀있었다. 그런데 보낸 시간이....

"이거..... 시간이 다 전날이잖아요?"

메일 시간이 대부분 어제였었다. 어제라면 방해전파가 짱짱하게 있었던데다, 신서울지부분들은 다 붙잡혀 있을 때였으니...

"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네요."

"네. 이에 총장은 유니온 상부의 소환에도 응하지 않고 적대적인 행동을 계속하는 인사들에 대한 즉결 처분을 주장한 명분을 얻은 거예요."

진짜 그 노인네, 머리 한번 잘 굴려댔네. 그 머리를 이딴 데에 사용해서 문제지만.... 골치 아픈 와중에도 감찰관은 얘기를 계속 이어가셨다.

"그렇다고 해도 상당히 막무가내긴 해요. 아마 유니온 본부에서도 너무 성급한 처사라고 판단할 거예요. 하지만 유니온이 아무리 빨리 총장을 저지하려고 움직인다 해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우리에겐 시간이 없어요."

시간. 그게 문제였다. 미하엘이 처형을 예고한 시각은 6시. 약 9시간 정도 남짓한 시간이였다. 많다고 할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상당히 빠듯한 시간이였다.
통신은 전파 방해에 막혀있는 상태인데다, 물리적으로 뚫고 나가기엔 주위엔 플라입 타입들이 포진해 있는 상황이였다. 나 혼자 전속력을 다해 뚫거나, 클로저이 모두 함께 돌격한다면 뚫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분명 시간과 체력, 둘 다 크게 소모될 터였다. 만약 나간다해도.....

"....저희가 운좋게 이곳을 탈출해서 유니온에 접촉한다해도, 처형식을 막을 방법이 없네요."

나간다 해도 처형 시간 안에 돌아올 수가 없는 것이 자명했다. 그러면 아마, 아니. 거의 확실하게 인질 모두가 처형당하겠지. 감찰관도 이에 동의하는지 작게 끄덕이시곤 얘기를 이으셨다.

"....그렇겠죠. 하지만 또 다른 길은 ,함정일 게 분명한 처형식을 막기 위해..... 여러분이 출동하시는 거예요."
"이에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

감찰관이 조심스레 신서울지부 클로저들에게 묻자,

"당연히 나가서 싸워야지! 유니온 녀석들이 우리의 해명을 제대로 들어줄 거란 보장도 없잖아!"

"나타 말에도 일리는 있지만, 그 전에 우릴 순순히 탈출시켜줄 거라는 보장도 없지. 내 생각도 같아. 앨리스나 재리를.... 죽게 놔둘 수도 없으니."

"제 판단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정 언니나 모두를 버리고 우리만 탈출한다는 건.... 생각할 여지도 없는 일이에요."

나타 씨를 시작으로 볼프강 씨와 이슬비 씨는 같은 대답을 내놓으셨다. 다른 클로저들도 이에 동의하는지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문제는 어떻게 구출할지, 그 방법을 찾는 일이겠군요. 함정임이 분명한 상황에서 정면으로 돌진하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작전을 세울 시간이라면 아직 있다. 집행 시간은 내일 새벽이라고 했으니까. 그 사이에 최적의 작전을 수립하는 거다."

파이 씨의 의견에 티나 씨가 곧장 답변하자, 순식간에 어떻게 하면 인질을 구출할지에 대한 분위기로 들어갔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감찰관은 나와 우리 팀원들을 조용히 불러내시더니 입술을 옴짝달쌀 거리시다가 조심스레 얘길 하셨다.

"저, 조금 조심스럽긴 한데요. 다른 클로저 여러분과는 달리, 여러분은 총장파와는 직접적인 마찰이 없으시니까. 그런 여러분께 다른 클로저들을 도와서 전투에 참가해 달라고 하는 건..... 너무 제멋대로인 부탁이겠죠."

왜 이리 우물쭈물하시나 했더니 도움을 요청하려고 그러신 거였군. 물론 감찰관 말대로 우리 팀 자체로만 따지자면 총장파와 뭔가 마찰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그래도 저는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어요. 시민들을 위해 애써주신 그분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도와주셨으면 해요. 물론 강요하는 건 아니예요. 하지만 괜찮으시다면.... 도와주실 수 없을까요?"

감찰관은 고개를 숙이며 도움을 요청하셨고, 우리들은 찰나 서로 눈빛을 교환하였다. 뭐, 눈빛들이 똑같은게 답은 나랑 똑같은 모양이자만.

"걱정 마요, 보스. 어디 내뺄 생각 따위 없으니까."

"물론 도와드려야죠. 저희, 오세린 씨에게 폐를 끼친 게 너무 많잖아요. 오세린 씨한테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고 싶어요."

"은혜를 갚는거랑 별개로도 저흰 당신을 도울거예요. 게다가 스승님과 인질들을 저렇게 만든 미하엘, 저 노인네가 원하는대로 굴러가게 두지도 않을 거고요."

"응. 적들, 지나를 마음대로 이용했어. 섬의 은인인 캐롤리엘도 붙잡아 갔고. 그런 사람들을 저대로 놔둘 순 없어."

"게다가, 감찰관의 지인들이 위험에 처했는데 못 본 척 할 수 없지. 최선을 다해서, 붙잡혀 간 사람들을 구하겠다."

"여러분....! 고마워요!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요! 저도 전력을 다해서 구출 작전을 지원할테니, 잘 부탁드릴게요!"

우리 대답에 어두웠던 감찰관의 얼굴이 환하게 미소로 바뀌셨다. 여기서 이것저것 마음고생 심하셨을텐데 저렇게 웃으시니 보기도 좋고, 안심되기도 하였다.

"아, 오세린 요원님. 여기 계셨군요. 잠깐 괜찮으십니까? 부탁하셨던 일이 끝났는데요."

우리가 나가 있을 때에도 리버스휠 수리 말고도 무언가 열심히 하고 계셨던 기남 아재가 품 속에서 뭔가 USB같은 작은 기기를 감찰관에게 건네셨다.

"오세린 요원님이 요청하셨던 작업, 겨우 끝이 났습니다. 이 메모리스틱 안에 일체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아, 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그게 뭔가요?"

"별 말씀을요. 이런 식으로라도 도움이 되어서 다행입니다."

"저, 그게 뭐....."

"네, 감사해요. 정말 잘 가져와 주셨어요."

"아니, 그게 뭐길래 그러시는 거예요...?"

저기요? 저 보이는 거 맞죠? 대체 그게 뭐길래 대답은 안 해주시고 서로 훈훈한 분위기만 내는 건데요!? 우리한테도 알려달라고요! 반 울상인 채로 물어보니 그제야 대답해주셨다.

"아, 죄송해요. 중요한 물건이거든요. 한기남 씨께 대파된 램스키퍼.... 신서울지부 클로저분들이 운용하셨던 공중전함의 데이터베이스의 복구를 부탁드렸었어요. 그곳의 스탠드얼론 데이터베이스에, 총장파의 비리와 관련 증거들이 전부 저장되어 있었거든요."

"어.... 스, 스태드어렁이요....?"

"스탠드얼론(Stnad alone)이요. 따로 분리된, 독립형이라는 뜻이예요."

처음듣는 단어에 잠깐 혼란에 빠져 있자니, 옆에 있던 루시가 설명해주었다. 한국말 잘해도 역시 외국인이긴 하구나. 땡큐. 아니, 프랑스 출신이니 메르시라고 해야하나?

"....원래대로라면 입수한 증거들은 유니온 데이터베이스와 공유하는 게 원칙이지만, 그랬더라면 그 즉시 총장파에 의해 회수되어 은폐당했을 테죠. 이를 피하기 위해 임시지부장님은 총장을 체포하고 난 후에 증거를 제출할 생각이셨겠지만.... 그런데 그게 역으로, 이쪽의 목을 조르게 된 거죠."

미하엘로부터 온전한 증거들을 지키려고 따로 보관하던게 되려 붙잡혀서 못 쓰게 됐고, 그사이에 조작돼서 몽땅 뒤집어 쓴 거구나. 아하. 왜 인질들과 신서울지부 클로저들이 죄를 몽땅 뒤집어 쓴 건지 정리됐네.

"하, 어이가 없네요."

"성명 발표를 보고도 생각했지만..... 정말이지, 무서운 사람이네요."

"하, 미하엘 그 늙은이...... 진짜 구렁이 같은게 둔갑한 거 아니예요?"

"정말이지.... 용서할 수 없어요. 이런 터무니 없는 사기극을 벌이다니...!"

"그래도 그 증거들이라면, 총장의 말의 거짓이라는 걸 밝힐 수 있겠군."

"맞아요. 여기에는 총장을 쫓으며 있었던 모든 일들이, 실시간으로 기록되어 있으니까요. 그야말로 완벽한 카운터죠. 얄팍하게 조작된 증거 따위, 흔적도 없이 날려버릴 수 있어요."

"근데 감찰관. 그거, 어떻게 알릴거야? 그 방해전파? 그거 때문에 밖에 연락 못 하는거 아니였어?"

"....네. 이걸 알리려면 센텀시티 밖으로 나가야 하죠. 문제는 이걸 가지고 누가 센텀시티 밖으로 나가느냐인데....."

"그럼 제가 나갈게요. 수로로 최대한 우회해서 바깥에 근접한 다음 전속력으로 뚫으면 처형시간 안에 다시 돌아올 수....."

"안돼요. 이 자리에 있는 클로저들과, 신서울지부의 관계자들은 더더욱이요. 저희들은 얼굴이 노출되어 있어서, 한 명이라도 빠져있을 시에 인질들이 처형당할 위험이 있어요."

감찰관은 내 말을 칼같이 자르시곤 이유를 설명해주셨다.

"특히나 자온 씨같은 경우엔 다른 분들보다 더 경계 받고 있을 거예요. 지나 요원님과 비등한 속도를 내는 것도 모자라, 오메가 나이트의 불꽃을 버텨내고 상쇄하셨으니까요."

실질상 이탈 금지에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다. 어쩌겠나. 스승님과 오메가 나이트, 그 둘을 상대하려면 내가 가진 패를 아낄 때가 아니였는데.... 정당한 이유에 납득하고 있는데, 감찰관이 뭔가 우물쭈물거리며 망설이더니, 천천히 입을 떼셨다.

".....그리고 이 임무는 신속함이 필수긴 하지만 은밀히 움직여야 하는데, 자온 씨는..... 그..... 다른 분들에 비해 은밀성이 많이 부족하셔서....."

"......예에?"

먼지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던 감찰관의 팩트 공격 때문에 내가 멍청한 소리를 내고 있자니, 곁에 있던 모두가 응응같은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니, 다들 너무하네, 진짜! 그렇게 공감들해야 속이 꼭..... 후련했냐아!? 팩트 집중타격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런 이유로 신서울지부 소속이 아닌..... 그것도 위상능력자가 아닌 분께 부탁드리고 싶은데....."

감찰관은 잠시 망설이다가 누군가에게로 시선을 향하셨다. 시선을 따라가보곤 우리도 곧장 이해했다.
신서울지부 소속이 아니고, 위상능력자도 아닌,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데다 어느정도 전투 능력까지 있는 분이, 바로 곁에 있는 이분을..... 사지에 집어넣어야 한단 현실을 말이다.

"너무 돌려서 말씀하시는군요, 오세린 감찰관님. 부티 편하게 명령하십시오. 부산의 은인이신 여러분들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으십니다."

막상 당사자는 괜찮다는 듯 작게 미소지으셨고,

"저, 아오츠키 아오이. 오늘밤만큼은 민수호 주인님의 가사도우미가 아닌..... 
푸른 유성이라 불린 용병으로서, 클로저들의 의뢰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 미소가 언제 그랬냐는 듯 아오이 씨는 진지한 분위기를 내시며 자세를 바로 잡으셨다.

"무, 무슨 소리야, 아오! 네가 나가겠다니! 지금 밖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잖아!"

아오이 씨의 말에 수현이 정색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뭐, 당연하긴 하지. 아무리 전투 능력이 있어도 아오이 씨는 위상력 없는 민간인이다. 게다가, 수현에게 있어 가족같이 소중한 분이시니까.

"감사합니다, 도련님. 저 같은 자를 이렇게 걱정해주셔서. 그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총명하신 도련님이 모르실 리가 없죠. 반드시 성공시켜야할 작전이란 것을, 그렇기에 그 적임자로 저 밖에 없다는 것을요."

"알아. 네가 얼마나 대단한 용병인지, 얼마난 뛰어난 실력을 지녔는지 다 알고 있어.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위험해....! 하다못해 클로저들과 함께 한다면 모를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오메가 나이트와 지나 그레이스. 그 둘을 모두 상대하기 위해서는 한명이라도 많은 위상능력자가 필요합니다. 저를 보내주십시오, 도련님."

"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아오이 씨의 정론에 수현이 인상을 쓰면서도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말을 짜내려하자,


쓰윽

아오이 씨는 수현에게 손을 뻗더니, 사랑스런 것을 보듯이 미소지으시면서 수현을 머리를 부드럽게, 조심스레 쓰다듬으셨다.

"아오.....?"

"고용인 주제에, 이렇게 모시는 분의 머리를 쓰다듬다니.... 부디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반드시 돌아올 거니까요. 도련님과 주인님을 떠나지는 않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요."

아오이 씨의 손길을 받고 있는 수현의 얼굴이 조금이나마 풀어지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응, 알았어. 알았으니까..... 머리는 그만 쓰다듬어줘도 돼."

"아, 아직 쓰다듬고 있었군요. 실례했습니다, 도련님."

아오이 씨는 황급히 수현의 머리에서 손을 떼며 헛기침을 내셨다. 어째 두 사람 분위기가 요상한데.....? 그러고 보니 전에 수현 취향이 연상이라고 들었던 거 같기도 하고?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자온 형?"

"아냐, 아무것도 아냐. 후후후후....."

".....그, 그런 거 아니라고요!"

"응, 응. 알았다니까, 후후후훗....."

좋을 때구나~라는 눈빛이 너무 노골적이였는지, 수현이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해명하기 시작했다. 뭐, 들은 척도 안하고 있지만.

"그러면,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 와중에 무장 점검을 마치고 감찰관에게서 메모리스틱을 받으신 아오이 씨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선 곧장 나가려 드셨다.

"잠깐 기다려. 혼자서 어딜 가려는 건데?"

"하얀 악마?"

갑자기 경정님이 쓰윽하고 나타나셨다. 기척 없는 건 괜찮은데 뒤 말고 딴 데에서 나타나시면 안되나? 심장에 좋지 않아요.....

"민수현이라고 했지? 걱정 말라고! 네 소중한 누나는 혼자 나가지 않을 거니까!"

"뭐? 그 말은, 설마.....!"

"응! 아오짱! 나도 같이 가자!"

"하얀 악마.... 너도 이 작전에 합류하겠다는 건가?"

"응. 나도 세린이가 말한 조건에 들어맞잖아? 너처럼 신서울지부 소속도 아닌데다, 위상능력자도 아닌 생존에 특화된 전투요원이지."

아니, 그건 또 언제..... 아니, 언제부터 들으신 걸까....? 그래도 경정님 말대로, 경정님 또한 우리가 찾는 조건에 모두 부합한 사람이긴 했다.

"생존에 특화된.... 남들이 그런 말 하면 코웃음 치겠지만 네가 하니 인정할 수 밖에 없군. 특히 폭격 당하는 기지에서 탈출할 때가 절정이었지. 냉장고에 들어가 살아남을 줄이야."

"뭐예요, 그게..... 무서워....."

"그, 그게 영화에서나 가능한 게 아니었군요...."

"확실히.... 아오이 씨를 따라 송은이 경정님이 같이 가주신다면야 저희야 든든하죠."

감찰관 말대로 경정님의 실력을 생각하면 국밥마냥 든든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걱정 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런데.... 송은이 경정님은 괜찮으신가요? 좀 더 마음을 추스르셔야 하는 게 아닌지...."

감찰관이 내가 우려하던 부분을 조심스레 말씀하셨다. 괜찮다고 계속 말씀하시긴 했지만, 그런게 정말로 괜찮을리 없을테니.

"에이, 괜찮아.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 무스카를 쓰러트렸다고 해서 모든 게 다 끝난 게 아니잖아."

경정님은 괜찮으시다며 웃으시다가, 미소를 거두고 낮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래.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 민우를 그렇게 만든 놈들은 멀쩡히 살아있고, 그 죗값을 치르기는 커녕 남한테 덤터기나 씌우고 있지. 이걸 어떻게 가만히 내버려두겠어? 민우의 대장으로서, 이 땅의 경찰로서 절대 좌시할 수 없어!"

경정님의 말에서 강인한 의지가 느껴져 왔다. 죽은 채민우 경정님을 위해, 경정님은 싸움을 멈추지 않기로 결심하신 거였구나. 괜한 걱정을 했네.

"....어차피 네 쪽에서 말하지 않았어도, 동행을 부탁할 생각이었다."

아오이 씨는 동행해도 괜찮다는 의사를 밝히시는데.... 얼굴은 한껏 찌푸리고 계셨다. 거부감과 실리에서 저울질 많이 하신 모양이다....

"오세린 감찰관님, 기억하십니까? 전날, 센텀시티가 얼마나 폐쇄적이었는지. 시 측에서 출입을 차단한 것도 있었지만, 플라이 타입들이 도시 외곽을 철통 같이 지키고 있었죠.

"마, 맞아요. 저희도 간신히 강행 돌파를 했었죠. 덕분에 리버스 휠이 대파될 뻔 했지만...."

리버스휠 꼴을 보고 저게 대파가 아닌가..... 싶긴 했지만, 실제로 어제 그 대군을 생각하면..... 정말 간신히, 운좋게 돌파한 것이긴 했다.

"그런데 그게, 송은이 경정님과 무슨........아아!!"

감찰관이 알았다는 듯이 큰소리를 내셨다. 뭔데요? 나만 모르겠나?혼자만 알지말고 알려줘요! 답인 뭔가 싶어 잠깐 동공지진을 일으키는 사이, 아오이 씨가 바로 답을 말하셨다.

"맞습니다. 하얀 악마는 저희보다 먼저..... 단독으로 센텀시티에 잠입해 있었죠. 그 말은 즉슨, 그녀는 포위망의 빈틈.... 외부에서 들어오는 뒷길을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내말이 틀렸나, 하얀 악마?"

"응, 바로 맞췄어. 아오짱. 센텀시티 역에서 인접한 역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터널 쪽이야. 그쪽도 플라이 타입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터널 구조에 정통한 건 아닌지 환풍구가 무방비하더라고. 이번에도 그쪽으로 나가면 되겠지만, 전보다는 경계가 강화되어 있을테니...."

"두분이 들키지 않고 터널까지 가실 수 있도록 플라이 타입들의 시선을 끌어줄 필요가 있겠군요."

"맞아. 그래서 말인데, 도와줄 팀 있어? 한 팀 정도만 지원해 주면 될 것 같은데."

"우리가 가면 안 될까? 민수현의 걱정을 덜어주고 싶어."

"찬성이다. 아오이와 송은이를 무사히 보내주고 오겠다."

"여, 여러분...."

"오, 고마워! 다른 멤버들도 괜찮은 거 맞아?"

"당연히 괜찮죠. 저희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릴게요."

"언니한테는 빚진게 제법 있으니까요. 얼른 가자고요."

"네, 저희가 다녀올게요. 그러니 민수현 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의 소중한 아오이 씨는 무사할 테니까."

"맞아, 맞아. 소~중한 아오이 씨는 무사히 데려다 드릴테니까 걱정 마아~"

"그게 아니.....! 아니. 잘 부탁드릴게요, 여러분."

다시 새빨개진채 해명하려던 수현은, 곧장 침착해지더니 아오이 씨의 안전을 부탁해왔다. 아, 아니. 그러면 우리가 나쁜 사람 같잖아..... 잘 지켜드릴테니까 그러지마.....

"좋아, 말 나온 김에 바로 출발하자!"

"기, 기다려라, 하얀 악마! 정말이지 성급하기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여러분! 도련님!"

"아, 으, 응! 기다리고 있을게, 아오!"

경정님이 앞장서 달려가셨고, 아오이 씨는 다급히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선 경정님의 뒤를 쫓아가셨다. ......어? 잠깐, 잠깐만요! 보호받아야할 분들이 왜 먼저 뛰쳐가시는 거야! 같이 가야죠!
인사 받아서 자연스럽게 화답하던 우리는 정신차리고 황급히 두 분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



"자, 아오짱. 그럼 가보자고!"

"누가 들으면 소풍이라도 가는 줄 알겠군. 누누이 말하지만, 작전 중에는 진지하게 임해라."

"에이, 걱정하지 마. 내가 밤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밝잖아."

"그래, 잘 알지. 너무나도. 덕분에 널 상대할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주위를 살펴보시던 아오이 씨의 눈빛이 아련해지고 있으셨다.... 대체 적으로 만난 경정님이란 무엇인걸까.....?

"그건 피차 일반이잖아? 네 눈도 야행성 동물 수준이면서!"

"누가 야행성 동물이란 거냐! 난 그저 어둠 속에 적응하는 훈련을...... 조심해!"


탕!!

쿠에엑!!

어둠을 향해 쏜 아오이의 탄환은 차원종을 일격에 쓰러트렸다.

"오오! 역시 잘 보는 거 맞잖아? 좋아, 나도 질 수야 없지!"


타앙!!

쿠에에에!!

마찬가지로 어둠을 향해 쏜 송은이의 탄환 또한 차원종의 머리를 꿰뚫으며 숨통을 끊어내었다.

"칫, 여전히 말도 안되는 반응속도군.....!"

"감이 좀 떨어진 거 같긴 하네. 옛날에는 이보다 더 빨리 쏠 수 있었는데!"

"흥, 감이 떨어지긴 뭐가 떨어졌다는 거냐? 이쪽도 지고 있을 수는 없겠군.....!"

두분은 갑자기 경쟁심을 불태우시더니, 서로 뛰쳐나가시면서 차원종들을 섬멸하시기 시작하셨다. 저러다 크게 다치시지 않을까 싶어 다가가는데......


탕!! 타탕!! 타아아앙!!!

끼엑! 꾸에에엙!?!

타다다다다----- 타탕!! 탕!!!

꿹! 끼야아얅?! 끼에에에엑!

두 분은 무슨 위상능력자마냥 날아다니시면서(!) 차원종들을 상대로 인간 무쌍 같은 걸.... 찍으며 섬멸하고 계셨다.

"마, 막강한 송은이 씨에 아오이 씨까지 더해지니 막강한 콤비네요....!"

".....다 쓸어가 버리시네. 우리, 뭐하러 나온 거지?"

"....그러게. 두분이서 무쌍 찍으실거면 우리 필요 없지 않았어?"

"민수현의 누나..... 강해. 우리가 지켜줄 필요 없었을지도...."

"아니, 전투 기술과 육체적인 강함은 별개다. 위상능력자가 아닌 이상, 눈먼총알로도 사망할 수 있다."

우리가 조금 얼빠진 상태로 우리의 필요여부를 의심했지만, 김철수가 우리의 존재의의를 상기시켜주었다.

"우리는 이대로 주위를 경계하며, 저들의 방패가 되도록 하자."

"방패라.... 딱 좋긴 하네. 그래도, 저 모습 보면 필요한가 다시 생각하게 되지만....."

다시 두분을 힐끗 보자, 두 분은 여전히 경쟁과 협력 사이에서 무쌍을 찍고 계셨다. 그 와중에 주위 지형물을 밟으시더니 문자 그대로 공중을 날아다니시면서 섬멸하고 계셨다! 으아악! 플라잉 용병들이다!!

....그나저나 두분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서로의 위명이 왜 그런 건지 알 것 같았다. 적일 때 상대의 에이스라는 뜻인 [하얀 악마]라는 위명답게, 경정님은 압도적인 사격 실력으로 차원종들을 유린하고 계셨고, [푸른 유성]이라 불린 아오이 씨는 정말 유성처럼 궤적을 기묘하게 남기는 움직임을 보이시면서 빠르게 차원종을 처리하고 계셨다. 그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되었다.

"......악마와 유성이, 함께 춤추고 있네."

"뭐야, 안 어울리게 되게 감성적인 표현이네."

"그래도, 저 두 분에게 어울리는 표현이예요."

우리는 뒤따라가던 두 분을 재차 바라보면서, 넋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하늘 아래에서 서로 등을 맡긴채 차원종을 섬멸하는 두분의 모습은, 악마와 유성이 함께 춤추고 있듯이 흉포하고도, 정말로 아름다웠으니까.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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