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에 도착하자마자 캐롤리엘 씨는 임시지부장이란 분을 찾아 쏜살같이 거점 안으로 들어가셨고, 우리는 잠시 숨 좀 돌리는데, "야야! 여기다!" "미숙 누님!" "그래, 누나다! 너희들 덕에 오빠야 잘 구했ㄷ....." 저편에서 미숙 누님이 힘차게 손을 흔드시며 다가오시다가 갑자기 우리를, 특히 나를 보시고는 잠시 흠칫 멈춰 서셨다 다시 다가와 물어오셨다. "....뭐꼬, 니 차원종한테 맞고 다니나? 눈이 와 그리 팅팅 부었노?" "예?!" 눈가를 만져보니 땡글땡글하게 팅팅 부은 눈꺼풀이 만져졌다. 아까 울은 탓에 부은 모양이다! 아니 재생 능력으로 상처도 회복되면서 이건 왜 회복이 안 되는 거야!? "아까 얘 좀 울었거든요. 풋." "아하핫.... 좀 많이 우시긴 하셨죠." "조용히 해.... 크흡......" "누구 뒤진 것도 아니고 울긴 왜 우나? 뚝 해라!" 팡!! "쿠헥! 아, 아파요, 누님!!" "운이 오빠야보다 살살치는 건데 이게 뭐가 아프긴 아프나?! 울지 말고 기운이나 한 번 더 받아라! 흡!!" 빡!!! "쿠허얽?!!" 괜히 한마디 더 했다가 등짝 스매... 아니, 형님이 누님께서 해주셨다던 기운을 한번 더 받았다! 형! 왜 그런 거 해주셨었어요!? 동생 죽을 것 같아요!! 미숙 누님은 만족하셨는지 손을 탁탁 터시고는 말을 이어가셨다. "어쨌든 내가 그짝까지 도와주러 못가서 쪼까 걱정했는데, 무사해서 보여서 다행이다. 역시 흑지수 언니야구..... 어래? 언니야는 어디있나?" 미숙 누님의 말에 우리 모두 아차다 싶은 얼굴로 한 방향을 향해 돌아봤다. 야..... 니들 나 죽이려고 작정했냐....?! 라는 듯한 흉흉한 아우라가 감옥관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저, 저기....요....?" "관짝? .....엄마야, 언니야 뒤져뿟나?" "안 뒤졌거든?! 빨리 의사나 불러... 푸쿠확!!" "네네. 알아 모시겠슴다." 미숙 누님은 흑지수 씨를 이송하고 있던 관을 번쩍 드시며 말하셨다. "니들은 그 연구원 언니야.... 정도연 있제? 너희 왔다고 보고부터 해라. 이따 보자." "응. 이따가 봐, 장미숙." "각자 할 일을 하러 걸음을 하던 중, 장미숙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근데 갸 눈색이 원래 그 색이였었나? 좀 더 칙칙한 색이였던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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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쥐 팀 여러분, 승리를 축하드려요!" 보고하러 왔더니 정도연 씨는 앞뒤 다 자르시고는 축하부터 해주셨다. 먼저 가셨던 캐롤리엘 씨가 설명을 해주신 모양이다. "고맙다. 다른 팀들은 어떻게 됐지?" "다른 팀들도 승리하셨어요. 덕분에 인질들 모두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어요. 다시 한번 승리를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흑지수 씨가 아니였다면.... 불가능한 승리였을 거예요." "그래요. 흑지수 씨와 장미숙 요원님, 그리고 그 두분을 데려오신 신서울지부의 양수연 요원님의 도움이 아니였다면 불가능했겠죠." "그리고 우리도요! 밤새 한숨도 안 자고 행군했다가, 다시 돌아온 우리의 노고도 생각해 달라고요!" "경정님! 아오이 씨!" 곁에서 쉬고 게셨었는지 바로 나타난 송은이 경정님은 브이를 하시며 웃으셨고, 아오이 씨는 일어나 가볍게 인사를 하셨다. "막강한 송은이 씨! 돌아오셨군요! 정말 고생많으셨어요! 아오이 씨도! 고생많으셨고요! 두 분이 합쳐져서 더블 막강함이에요!" "그래! 더블 막강함이야! 하하!" "의미를 알 수가 없는 표현이지만, 칭찬으로 받아들이죠. 어쨌든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너희가 애를 써준 덕이지 허허." "응? 넌 누구야? 생긴 건 자온 얘랑 똑같이 생겼는데? "아. 아가씨는 나와 초면이지. 뷜란트라고 불러주려무나. 우리 아가 보호자라고 생각해주면 되겠구나." "오, 그렇구나! 나는 송은이라고 해! 잘 부탁드립니다, 보호자 분!" "그래, 잘 좀 부탁하마. 허허허." 경정님과 영감의 대화에 살짝 어이없었지만 그냥 입을 다물었다. 참.... 보호자 역할 해준 건 맞긴 한데 왜 이렇게 저 모습이 꼴보기 싫지...? 어린애 취급당하는 기분이라 그런가? "아오이, 민수현이 많이 걱정하더군. 나중에 충분히 위로를 해주면, 민수현도 기뻐할 거다." "그, 그렇습니까? 도련님이 저를.... 크흐흠. 그나저나 여러분, 여기서 이러실 게 아니라 구출하신 동료분들을 보러 가시는 게 어떠실까요? 지금쯤이면 구호소에서 치료들을 끝내고 쉬실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캐롤리엘 언니를 만나볼 생각이었는데요. 풀려나자마자 정신 없이 자기 언니를 챙기더라고요." "응, 임시지부장 김유정.... 상태가 안 좋다고 하는 것 같았어." "....네. 실은 그 관련으로 임시지부장님이 여러분들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해요. 다른 팀 분들도 같이 계실 테니 가보도록 하죠." 아오이 씨를 따라 구호소 쪽으로 발길을 옮기자, 신서울 클로저들이 한데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뭐하고 있길래 저렇게 모여들 있으시지? "유정 언니.... 아니, 임시지부장 님. 미약하긴 해도 전류를 흘려보내는 거라, 조금 따끔하실 수 있어요. 너무 놀라지 말고 받아 들여주세요." "응.... 그래, 시작해주렴."
....파직, 파지직-----
이슬비 양이 임시지부장을 향해 전류를 흘려보내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엔 잠시 위험한게 아닌가 싶었는데 위협적이라기엔 보내는 전력은 상당히, 아니. 그냥 있으나마나 영향이 없어보일 정도로 약한 전류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뭐....하는 걸까?" "아, 혹시 그거 아닐까요? 마스테마라는 마물의 알을 제거하는 시술이요!" "....아!" 그제야 기억이 났다. 미약하고 일정한 전류를 흘려보내서 마스테마를 내부에서 태우는 시술. 기록에서 본 것과 동일했다. "과연, 저런 방식이었군. 저수지도 저 시술을 받아야 할 거다." "음....." 이슬비 양이 시술하는 모습을 집중해서 보고 있는데, 영감이 갑자기 한마디 툭 던졌다. "아가야, 꿈도 꾸지 말거라." "뭐, 뭘!?" "운무를 모아 저 아가씨처럼 벼락을 쓸 생각 아니더냐? 하지 말거라. 애당초 번개는 내 능력으로 생긴 부산물. 저리 세밀하게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은 내게도 네게도 없단다. 저수지 그 아이를 바삭하게 굽다못해 태울 생각이 아니라면 당장 단념하거라." "마, 막할 생각은 없었거든!? 그런 무서운 소리 하지 마!" 다급히 부정하긴 했지만 뭐, 잠시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한 건 부정 못하겠다. "저, 근데요. 좀 헷갈리긴 하는데, 임시지부장 언니의 몸에 있는 건 플라이 타입 아니에요?" "어.... 맞을걸? 왜?" "플라이 타입한테는 전기가 안 통한다고 들은 거 같아서. 딱딱해져서 처리하기 더 곤란해진다고 하던데." "네? 그럼 큰일이잖아요!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말려야 하는 걸까?" "아뇨, 여러분. 괜찮으니 저대로 놔두세요." "아잇, 깜짝야! 누구세요?" 귀신 마냥 쓱 다가와 말 건 누군가 때문에 우리 모두 단체로 깜짝 놀랐다. 근데 어째 안색이.... 그 .... 귀신..... 아니겠지? 안경 너머로 보이는 퀭해보이는 눈빛이 어째 이승분이 아닌 것 같은데.... "아.... 일어나 계셨군요, 김재리 요원님." 김재리? 아. 기억났다. 사냥터지기 팀의 관리요원이라고 하신 분이 이 분이셨구나. 귀신은 아니라 다행이긴 한데..... 어째 곧 쓰러지실 것 같은 인상이라 좀 걱정되었다... "이제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앨리스 요원이랑 캐롤리엘 요원님은요?" "다들 기절한 듯 자고 있어요. 지난 이틀간 거의 눈을 못 붙였거든요. 처형식은 다가오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임시지부장님의 상태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어가고.... 저도 지금 당장 쓰러지고 싶은데, 카페인의 힘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거예요." "무리하지 말고 주무시는 게 낫지 않겠어요? 임시지부장님의 시술을 처방하신 게 많이 걱정되시나요?" "그, 그런 거죠. 아무리 임시 처방이라 한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듣자하니 지금 하는 처방이 맞는 처방이 아닌 모양인데, 그럼에도 일부러 하는 모양이구나. 무슨 연유느냐?" "...평소였다면 절대로 허가하지 않을 처방이지만, 복귀하신 트레이너 씨를 통해 들을 수 있었거든요. 호프만... 그가 임시지부장님의 마스테마.... 데르마토비아의 하이브 마인드를 분석해, 부화를 앞당기는 뇌파 장치를 만들었다는 걸요. 그 장치는 늑대개 팀 분들이 부서트렸다고 했지만.... 여분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만에 하나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대비해둬야 해요." "의도적으로 경질화를 유도한다는 거군. 외부 요인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납득이 가는 이야기긴 하네요. 좀 막무가내 같긴 하지만." "맞아요. 다만 말 그대로 응급 처치라... 얼마나 오래 갈지도 모르고, 100퍼센트 막는다는 확신도 없죠. 응급처치라기 보다는 보험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네요." "마침 임시지부장 님의 시술이 끝난 모양이군요. 가서 상태가 어떤지 여쭤보죠." "후우.... 수고했어, 슬비야. 마스테마가 있는 쪽이 딱딱해진 걸 보니, 제대로 경질화된 것 같아." "모르겠어요, 언니.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결과적으로 몸에 더 안 좋을 것 같은데...." "아니, 효과는 확실히 있어. 플라이 타입들의 하이브 마인드가 멀어진 게 느껴져. 완전히 차단되진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뿌연 막이 한 겹 막아주는 느낌이랄까?"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하이브 마인드를 읽는 건 자제해주세요. 읽다 보면 또다시 활성화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네. 오세린 요원님도 하이브 마인드를 사용할 수 있으시니, 더더욱 제가 쓸 일은 없을 거라고 봐요. 그나저나...." 김유정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며 클로저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눈에 새기며 말했다. "다들, 모여주셨네요.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정말이지.... 애써주셨어요. 그토록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용케 포기하지들 않고.... 그런 여러분들의 노력에 저도 부응해야겠죠. 이런 경우를 대비해 준비해둔 건 아니었지만.... 신의 한수가 된 지원병력이 있었죠." "자, 소개하도록 할게요. 앞으로 제 오른팔이 되어줄 관리요원.... 양수연 요원을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겨우 직접 마주보고 인사 드리게 됐네요!" 밝은 적갈색 머리칼의 소녀-방금 소개 받은 양수연이 모두의 앞에 나와 인사를 건넸다. "반가워요, 검은양 팀! 늑대개 팀! 사냥터지기 팀! 그리고 시궁쥐 팀 분들까지 모두 반가워요! 다들 만나뵙고 싶었어요! 특히 시궁쥐 팀 요원분들요!" "예? 저희요?" "그 전에 우리... 클로저가 아니라 임시인데." "그래서예요! 임시라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헌신적으로 부산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계시잖아요! 당연히 요원님이라고 불러드려야죠!" "무엇보다 신서울지부 클로저들을, 김유정 임시지부장님을 비롯한 인질 분들을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셨잖아요. 감사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어요." "감사 받을만한 일은 아니다. 그저 우리 마음가는대로 할 일을 했을 뿐이지." "그러면, 그렇게 마음가는대로 같이 부산을 구해봐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하하.... 네, 잘 부탁드릴게요, 양수연 요원님." "네! 자온 요원니.....이이임?" 갑자기 양수연 씨가 내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핫....! 죄송해요. 프로필 사진과 다르시다보니 저도 모르게 그만...." 잊고 있었지만 아직 눈가의 붓기가 덜 가라앉은 상태였다! 아, 재생 능력 왜 일 안해?! 이거 대체 언제 가라앉는거야!? "저, 괜찮으시다면 이거라도 사용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다른 팀들이 양수연 씨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파이 씨가 건네주신 얼음을 받아든 나는 얼음을 실로 얇게 감싸 눈가에 얹어 붓기를 가라앉이기 시작했다. 냉기가 충분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붓기는 빠르게 빠졌다. "프로필로 받아 본 것과 직접 보고 대하는 게 확실히 다르네요. 다른 분들도 프로필 상보다 훨씬 우호적이시고.... 저기, 자온 씨 같은 경우엔 사진에 찍힌 것보다 예쁜 눈이시고요!" "네, 감사.... 예? 눈이요?" 난생 처음 듣는 칭찬에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내 눈이 예쁠리가? 아니, 개인의 미적감각은 둘째치고... 왕복하던 각종 헛생각을 끊은 건 바로 다음에 이어진 말이였다. "네! 위상력을 각성하면 머리색이나 눈색이 변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투명하게 반짝이는 은청색은 처음 보는 걸요!" "어? 예!?" 뭐요? 내 눈색이 무슨 색이라고요? "잠시 보겠다, 자온." "우와....! 정말로 예쁜 은청색이네요!" "응, 엄청 투명해. 반짝반짝하고." "은색 눈이 희귀한 건 아니지만, 이런 색은 처음 보는 걸?" "확실히 이 정도로 맑은 푸른빛을 담은 은색은 처음 보는군." 다들 날 붙잡고서 내 눈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다, 다들 좀 놓고 구경하면 안 되나? 되게 무섭거든요?! "....." 그 속에서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은하가 갑자기 내 양뺨을 잡고 가까이 다가와 내 눈을 보기 시작했다. "즈, 즈기여, 으나시...?(저, 저기요, 은하 씨....?)" 당황한 나는 뭉게진 발음으로 말을 걸었지만, 은하는 내 말을 듣는 건지 아닌지 계속 내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 전에 속눈썹 길어! 피곤할텐데 피부나 머리칼도 윤기나고! 손 작아! 부드러워! 게다가 좋은 향! 왜 똑같이 작전 나갔는데 이렇게 좋은 향이 나는 거냐고!? 은하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동공지진을 일으키다가 순간 은하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반짝이고 있다는 내 눈보다도 더 반짝이는 녹색 눈동자.... 그 밑에 피로로 살짝 텄지만 촉촉해 보이는 입술을 본 나는 그대로 그 입술에 손을 가져.... "으, 은하야...?" ".....헛." "쿠왁?!"
쿠당탕!! 이슬비의 목소리를 들은 은하는 잠시 흠칫하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자온을 밀쳐 넘어뜨리고는 말했다. ".....뭐, 예쁘긴 하네. 모지리한테 안 어울리게." "아니 뭐! 내가 뭐어어!!" 넘어진 부분을 문지르며 꽥 소리를 질렀다. 꿈에서 깨어난 것 마냥 화끈거리던 얼굴이 찬물 끼얹은 것처럼 열기가 팍 사그라었고, 두근거려서 멎을뻔한 심장은 빠르게 제 속도를 찾았다... '하아..... 미쳤었나, 방금 왜 그랬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돌아섰지만, 은하는 방금 자신의 행동에 속으로 부끄러움에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눈 색이 바뀌었다는 호기심에 들여봤었다. 그런데 그 눈 색이.... 아주 어릴적 어느날, 밤새워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의 등 뒤에서 비추었던 어슴푸레하면서도 맑게 반짝였던 새벽녘 하늘빛과 닮았던 탓에, 소중했던 어느 하루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탓에 자신도 모르게 그리 집중해 바라봤다는 걸 자각하지 못했다. "하와와... 시궁쥐 팀은 상당히 열정적인 분들이시네요! 으, 응원할게요!" "뭐, 뭘 응원하겠다는 거예요!? 하지 마요!" "흐, 흠....보시다시피 파이팅이 넘치는 인재예요. 관리요원으로서의 적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 됐고요. 앞으로.... 검은양 팀의 관리요원으로 활약할 거예요." "검은양 팀의 관리요원....? 잠깐만, 그럼 유정 씨는?" "몸이 이래서는 당분간 제대로 된 업무를 하기도 어려울 테니까요.... 아니, 사실은 몸이 이렇게 되기 전부터... 예전부터 줄곧 준비해왔던 일이었어요." "분수에도 안 맞는 임시지부장 일과 관리요원 일을 병행하다 보니 실책도 많이 저질렀고, 잘못된 판단도 많이 내렸어요. 여러분이나 늑대개 팀을 위한답시고 한 일이 더 큰 오해나 갈등을 불러일으킨 적도 있었죠. 슬슬 때가 됐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요." "임시지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 임시지부장님의 노고를 잘 알고 있어요! 임시지부장 일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관리요원 업무를 병행하려고 애쓰셨잖아요! 그러면서 제게 짬짬이 인수인계도 해주시고요!" "아니야. 이런 식으로 다급하게 일을 물려주게 돼서 미안해. 그래도 너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임시지부장님.....!" 뭔가 신서울 클로저들끼리 서로 감동하고 있는 상황이길래 우리 팀은 조용히 뒤로 빠졌다. "....아, 그나저나 뭐 비춰볼만한 거 없어? 나도 내 눈 좀 보고 싶은데." "자, 이거라도 써." "거울은 없고.... 여기요!" "거울은 없지만 이거라도 괜찮겠나?" "여기." "으아아! 이 흉흉한 것들 치워!!!" 깜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다. 아니, 비출거 달랬더니 식칼에 대낫 들이밀고, 총은 왜 들이미는 거야?! 그 와중에 잘 관리해서 반짝거리는 게 더 열 받네! 그리고 루시 얘는 언제부터 자꾸 관 들이밀고 있다!? 관이 무슨 만능이야?! 재미 들린 거 아니지!? 그 중에.... 가장 반질반질해서 김철수 총을 고른 나도 참.... "....진짜, 은청색이 됐네."
내 눈을 보고 무심코 중얼거렸다. 모두가 얘기한대로 내 눈은 회색도, 하늘색도 아닌 은청색이 되어 있었다. 원래 내 눈색인 회색과 영감의 옛 눈인 하늘색, 거기에 필멸의 눈 특유의 반짝임을 섞으면 딱 이런 색인데... '왜, 바뀐거지? [태양]도 이런 눈은 없었어. 뭔가 다른 게 있었던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나마 추정되는 건 한가지. 내가 진정으로, [침식의 계승자]가 되었다는 영감의 말. '물어봐도 분명 제대로 대답 안 해주겠지....해로운 건 아닌 거 같으니까 나중에 파악해보자.' 신서울 클로저들 얘기도 얼추 마무리 된 모양같아 고민은 미뤄두고 다시 그쪽에 합류했다. "여하간 이것으로 모든 패는 갖춰졌어요. 총장파도, 저희도 전력으로 부딪히는 일만이 남았죠. 이번에야말로 이 지긋지긋한 싸움에 종지부를...."
치이이이익
김유정 임시지부장이 최종 연설 같은 걸 하는 도중에, 갑자기 비둘기의 사인콜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통신이군요. 발신인은.... 지나 그레이스....!? 서둘러 연결을 해봐야겠네요!" 발신인을 확인한 김유정은 서둘러 통신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CONNECTING....... CONNECTING.......>
<COMPLETE> [크흑.... 아, 안녕.....?] 연결된 스승님의 목소리는 그 사이에 또 뭔가 무리하셨는지 살짝 잠긴 상태셨다. "누나! 괜찮은 거야?" [나, 나는 괜찮아. 그보다도... 너희들에게 전해야 할 게 있어. 그래. 전하지 않으면... 안 돼....!]
[나이트를... 그 아이를 구해줘. 나이트가 이대로 무너져 버린다면..... 그 직후, 부산은 불바다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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