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신서울 지휘통제실 연휴 전날까지 유니온은 평소보다 더 바쁜 날을 보내고 있었다. 클로저들은 현장에 나가 차원종을 처치하고 지휘통제실에서는 관리요원들이 서류 업무 및 임무 관련 브리핑 등 바쁜 나날이 계속 되었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끝이 보여 다행히 연휴 전날 무사히 일을 끝낼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연휴동안 푹 쉬면 되는 거지?"
"네, 여러분들은 그렇지만 전 아직 일이 남아서 더 해야 하지만요."
"....힘내라고 유정씨. 내가 청심환이라도 하나 줄까?"
"마음만 받죠. 아무튼 클로저분들도 관리요원 분들도 그렇고 다들 고생 많았어요. 연휴동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출동 할 수 있으니 언제든 대기는 해주시고 다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임시지부장인 유정의 최종 브리핑을 마치며 클로저들은 모두 해산을 하며 각자 연휴를 즐길 생각에 들떠 있었다. 다만 모두가 연휴를 즐기는 반면 일부는 딱히 연휴가 와도 할 일이 없던 인물이 있었는데 그중 한명이 바로 검은양팀 제이였다.
"제이씨, 연휴인데 계획 있으세요?"
인원들이 해산 하는 사이 유정이 다가와 물어보자 제이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할 게 없다고 대답했다.
"그럼 여행이라도 다녀오는건 어때요."
"여행? 딱히 갈 사람도 없고 여행에 관심은 없어서 말이지. 그냥 연휴동안 잠이나 자면서 전이나 사서 맥주나 한잔 해야지."
제이의 계획에 유정은 한숨만 나왔다. 기껏 길게 휴가가 생겨 그 시간동안 술만 마시며 시간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같아서 자신이 어울려주고 싶었지만 유정은 일이 남아 불가능했고 그동안 무리를 했던 제이에게 이번 연휴는 큰 포상이라 생각해 그가 이 기회에 좀 더 의미 있게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저기....나이트...."
"응? 지나 누나?"
"깜짝이야! 지나 요원님? 언제 거기 계셨어요?"
두 사람이 이야기하던 때 누군가 조심스럽게 말하며 나타나자 그녀는 제이와 같은 울프팩 팀이었던 지나 그레이스였다. 지나가 갑작스럽게 나타나 유정은 놀라자 지나는 표정이 침울했다.
"역시....나 존재감이 없구나."
"그게 아니야. 지나가 좀 더 눈에 띄게 나타났다면 분명 다들 알았을텐데, 너무 조심스럽게 나타나서 그래."
"그게 오히려 더 놀랄 일이거든요...."
제이와 울프팩 시절 같은 팀이던 현재는 늑대개팀 관리요원 베로니카도 난입해 지나를 위로하려고 했지만 유정은 오히려 베로니카의 말이 역효과라고 생각했고 제이는 그녀가 온 이유를 물어보자 지나는 망설이자 베로니카는 지나의 어깨를 잡아 용기를 실어줬다.
"괜찮아. 한번 심호흡 하고 잘 말해봐."
"으응....저기 나이트....혹시 이번 연휴에 시간 있으면....나랑....그게...."
"응? 지나 누나? 어디 아파?"
지나의 말에 문맥을 이해하지 못한 듯 제이는 고개를 기울이고 있었고 지나의 행동을 눈치챈 유정은 제이의 팔을 건드려 눈빛으로 신호를 줬다. 하지만 제이는 유정의 신호에도 눈치를 못 채고 있었고 유정은 그런 제이의 행동에 답답해 한숨만 나왔다. 그리고 지나는 심호흡을 하다가 용기를 내서는 제이에게 털어놨다.
"혹시 내일 시간 되면 나랑 같이....하지 않을래?"
"응? 뭐라고?"
지나가 용기 있게 말했지만 정확히 중요한 부분을 빼먹어 말하자 제이는 이해를 못했다. 지나는 다시 말하려고 했지만 말을 더듬다 못해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고 결국 보다 못한 베로니카와 유정이 대신 말했다.
"내일 제이 너와 데이트 하고 싶다고 해."
"딱 봐도 데이트 하자는거잖아요!"
두 사람이 동시에 말하고 잠시동안 지휘통제실은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제이도 뒤늦게 상황을 눈치채고 멍 때리다가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며 헛기침을 내 뱉었다.
"쿨럭! 쿨럭! 저기....내가 지금 잘못 들은거지?"
"아니, 제대로 들었어. 그렇지 지나?"
"아....그게...."
***
시간을 잠시 거슬러 검은양팀이 임무를 끝내고 복귀할 무렵 지휘통제실에서 업무중인 지나와 베로니카가 있었고 어느정도 일을 마쳐 클로저들이 올때까지 기다리던 중 베로니카는 내일부터 연휴라 지나보고 뭐 할지 물어봤다.
"글쎄....딱히 연휴라고 해도 난 크게 감흥이 없어서....평소에도 취미도 없었으니까."
지나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이야기 하자 베로니카는 둘이서 같이 쇼핑이나 명절이니 신서울 거리를 구경할까 제안을 할 무렵 검은양팀이 복귀하자 그중 제이를 보더니 지나에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그럼 제이랑 같이 시간 보내는거 어때? 이번 연휴가 생각보다 길잖아. 하다못해 하루 정도는 둘이서 같이 시간 보내는 것도 좋다고 난 생각하거든."
"어? 나이트랑?"
차분했던 지나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담긴 듯 당황하는 눈치였고 지나의 반응에 흥미를 느낀 베로니카는 더욱 지나를 부추겨 제이가 빈틈이 생겨 이야기 해보라고 말했고 클로저들이 대부분 해산하고 제이랑 유정이 이야기를 나누자 지나를 데리고 제이에게 데이트를 제안했다.
그리고 지금 지나의 속 마음을 알게 된 제이는 어떻게 대답할지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고 지나는 제이가 부담스러워 하는 거 같아 없던 일이라며 둘러대려고 했지만 제이가 먼저 나섰다.
"아....아니야....부담 같은 거 안 들어. 그냥 갑자기 데이트라는 말에 좀 놀란 거 뿐이야."
"딱히 데이트를 하려는게 아니라....그러니까....그게....나들이라고 생각하는게 어떨까?"
지나의 표현에 제이는 이상하게 느꼈지만 그녀의 뜻대로 받아들였고 서로 합의를 본 뒤로 내일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게 됐다. 그렇게 엉성하게 계획을 짜기는 했지만 일이 잘 마무리 되었고 제이는 먼저 가려는 때 유정이 잠시 제이를 사람이 없는 곳으로 불렀다.
"유정씨....갑자기 왜그래?"
"내일 지나씨랑 만나는거 말인데요. 평소보다 더 멋있게 꾸미고 데이트 장소도 좀 분위기에 맞게 잘 준비해서 가셨으면 해서 조언하려고 불렀어요."
"그러니까 데이트가 아니야."
"딱 보면 모르겠어요? 말은 그렇지만 누가 봐도 이건 데이트잖아요."
제이도 솔직히 유정의 말에 부정하고 싶지만 본인도 인지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나들이로 포장해도 그 속은 데이트라는걸 말이다. 유정의 조언에 제이는 우선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데이트를 하는 거 한번 확실하게 하기로 말이다.
그렇게 유정에게 데이트와 관련된 자료를 링크를 통해 받아서 확인을 하는데 생각보다 내용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장소와 복장 식사메뉴까지 모든 부분에서 신경 쓸게 많아 밤새 고민하고 자료들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냈고 어느새 아침이 밝아왔다.
슬슬 지나를 만나기 위해 준비를 하는데 한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데이트때 만날 옷이 없어제이가 가진 옷은 클로저 활동때 입는 요원복과 츄리닝뿐 제대로 된 외출할 때 입을 옷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런 날 츄리닝을 입고 가는 건 말이 안돼 당장 옷을 사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에 할 수 없이 제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고 제이의 집에 방문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바로 사냥터지기팀 클로저 볼프강이었다.
"사정은 아까 문자로 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 지나 선배님이랑 진짜로 데이트 하는 게 맞나요?"
"뭐....그렇지. 아무튼 지나 누나랑 만나는 약속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옷 좀 빌려줬으면 하거든. 내 주위에 그나마 비슷한 체격을 가진 사람에 옷을 좀 보유한 사람이라면 너 밖에 없다고 보거든."
"이거 참....아무튼 어르신의 옷을 보니 사정은 이해했고 우선 이 츄리닝은 절대 아니니까 일단 제가 가진 옷으로 최대한 코디 해드리죠."
볼프는 우선 자신이 가져온 옷들로 제이를 코디했고 시간이 좀 지나 한참을 옷을 고르다가 어느정도 마무리되자 볼프는 납득한듯 만족스러운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도면 괜찮겠네요."
"그래? 이상하지 않아?"
"적어도 평소 어르신 모습보다는 훨씬 낫다고 봅니다. 아무튼 시간도 꽤 지났으니 어서 지나 선배님을 만나러 가시죠."
"그....그래....아무튼 고마워."
제이는 집 밖을 나오며 익숙하지 않은 옷을 입어 어색했지만 볼프가 괜찮다고 평가를 했으니 그의 말을 믿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다행히 제이가 먼저 와서 지각은 안 했지만 반대로 지나가 늦는 상황이 발생했다. 약속 시간이 지난지 꽤 됐어도 지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연락을 해도 받지 않고 무슨 일이 생겼나 싶을 때 갑자기 멀리서 뭔가 빠르게 움직이더니 곧 바로 제이 앞에 착지하는데 그 사람은 놀랍게도 숨을 헐떡이던 지나였다. 지나 또한 평소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흰색 블라우스에 치마와 낮은 구두를 신고 노란색 가디건을 걸쳐 심지어는 목걸이까지 하고 나와 자신이 평소 알던 지나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하아....하아....나이트....아니 제이 내가 너무 늦었지?"
"어? 아니야 늦지 않았어. 그보다 오늘은 평소보다 좀 다른거 같네."
"혹시 이상해?"
지나가 표정이 어두워지며 제이에게 묻자 제이는 당황해 고개를 돌리며 아니라고 부정했다.
"그럴리가! 오히려 평소보다....더....예뻐...."
제이의 말에 지나는 얼굴을 약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지나는 제이를 힐끗 쳐다보더니 제이 또한 평소랑 다른 복장과 평소에는 고글을 쓰던 것과 다르게 지금은 맨 얼굴로 고글에 가려진 그의 날카로운 눈이 보였고 흰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을 보자 마치 차원전쟁 시절 나이트를 보는 거 같아 지나는 속으로는 제이를 보며 설레고 있었다.
"배고프지? 우선 밥부터 먹으러 갈까? 내가 알아봐둔곳이 있거든."
"응. 어서 먹으러 가자."
두 사람은 이동했고 제이는 우선 어젯밤 밤새 찾은 맛집을 찾아갔다. 평소라면 제이가 갈 일이 없을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었지만 오늘만큼은 특별했기에 제이는 지나를 데리고 처음으로 레스토랑에 왔지만 중요한건 하필 명절 당일이라 문을 열지 않았다는걸 제대로 알지 못했다.
가게 앞에 휴무라는 펫말을 보고나서 제이는 한동안 멍 때렸고 당황한걸 넘어 예상치 못한 일에 얼어붙고 말았고 지나에게 고개 숙여 사과를 하며 지나는 괜찮다며 제이를 달래줬다.
"오히려 나는 네가 날 위해 이렇게 신경써줘서 기뻐. 우리 여기 말고 다른 곳도 찾아보자. 분명 가게 열린 곳이 있을 거야."
"그럴까? 좋아. 누나가 먹고 싶은거 있으면 말만해. 내가 사줄테니까."
제이는 다시 의욕을 앞세웠고 지나와 같이 거리를 둘러보며 식당을 알아봤다. 그러다 문뜩 눈에 들어온 식당이 보여 지나는 제이의 옷자락을 잡아 그의 발 걸음을 멈춰 세웠고 식당을 가리키자 그곳은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하는 한식 뷔페였다. 특히 명절 이벤트로 현재 전이랑 송편도 메뉴로 같이 있다는 현수막을 보고 제이도 그곳으로 시선이 향했다.
두 사람은 서로 합의를 보고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아 접시에 음식들을 담기 시작했다. 기존 한식 메뉴들은 물론 이곳에 오기전 명절 음식도 같이 있다는 것과 함께 다양한 전과 송편이 있어 어느새 접시에는 음식이 한가득 담겨져 자리에 앉아 식사를 했다.
"간만에 먹네. 특히 이 동태전은 진짜 맛있는 걸?"
"응. 나는 이 송편이 진짜 맛있어. 이러니까 우리 전쟁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명절이어도 이렇게 먹지도 못했지."
"맞아. 그때는 명절이어도 전시라서 먹는 게 부실했잖아. 그날도 하필이면 전투식량이 나온거 생각하면 지금이 정말 좋아졌지."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나온 뒤 제이는 식사를 했으니 후식으로 커피를 대접하기 위해 근처 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평소라면 건강 생각해서 안 볼 음식이지만 오늘만큼은 무리를 해서라도 주문을 할 생각이었고 결국 케익과 다른 후식을 주문 후 자리를 잡은 뒤 주문했던 케익과 커피를 가져와 지나와 같이 티타임을 즐겼다.
"케익 좋아해?"
"응? 아니야. 그냥 커피만 주문하기 허전해서 같이 주문했지. 누나도 한번 먹어봐. 난 애들이랑 카페 올 때 한번씩 와서 먹는데 나쁘지 않아."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한번 먹어볼게."
지나는 포크를 들고 접시에 담긴 케익에 일부분을 잘라 한 입 맛봤다. 입안에서 퍼지는 빵과 크림을 맛보던 그녀는 평소 무표정인 상태에서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고 지나의 표정을 보건 제이는 맛있냐는 질문에 지나는 입안에 케익을 우물우물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주문하길 잘했네."
"제이 너도 한 입 먹어봐."
"난 됐어. 건강 생각해서 이렇게 크림이 잔뜩 들어간 음식은...으읍...."
제이가 말하기 전 지나는 곧 바로 포크로 케익을 덜어 제이의 입안에 넣어줬다. 갑작스럽게 입안에 음식이 들어와 당황하는 제이였지만 어느새 지나처럼 입안에서 케익이 살살 녹아 맛보자 맛있었는지 조용히 먹기만 했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뒤 지나는 어디갈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그러다 제이는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했고 문뜩 데이트 코스중 영화관이 생각났다. 평소에는 영화는 잘 안 봤지만 어차피 갈 곳도 없어서 우선 갈 수 있는 곳은 죄다 이동했다. 그리고 영화관에서 제이는 문뜩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로봇물 시리즈 영화가 상영 하는 걸 확인하자 당장 예매를 누르고 싶었지만 지나와 같이 있는 자리라 막상 이 영화를 고르기 애매했다.
"제이? 무슨 일 있는 거야?"
"아....아니....그냥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몰라서....누나는 혹시 보고 싶은거 있어?"
"글쎄....나도 영화를 즐기는 사람은 아니라서 말이지. 아, 이 로봇물 시리즈 이걸로 보는 거 어때. 너 이거 좋아 하잖아."
"어? 하지만 이건 누나가 보기에는 별로 재미 없을텐데."
지나가 먼저 제이가 보고 싶어하던 영화를 제안하자 제이는 놀랐지만 지나가 재미없을거라며 딴 영화를 보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지나는 오히려 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자 제이는 지나가 저렇게까지 바라는데 결국 예매를 해버렸다.
그리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영화가 시작되자 첫 장면부터 웅장해지는 느낌에 제이는 영화에 곧장 빠져 들었다. 그러다 문뜩 영화를 보다 한 순간 지나를 잊고 있어 잠깐 고개를 돌리자 지나 또한 영화가 재미있었는지 흥미롭게 보고 있었고 중간에 제이랑 눈을 마주치자 지나는 영화를 보다 모르는 부분이나 흥미가 있는 부분을 제이에게 질문했다.
질문이 오자 제이는 처음에는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차분하게 제이는 영화에서 나오는 로봇에 대한 설정이나 간단한 내용을 설명하며 지나와 마저 영화를 감상했고 영화를 다 보고 나오자 제이는 마지막까지 다 보고 나오면서 꽤나 재미 있었는지 영화에 대한 감상을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아, 그러고보니 누나한테는 재미 없었겠구나."
"아니야. 나도 로봇들끼리 싸우는거 멋있었어. 처음에는 내용을 잘 몰라서 이해가 안 갔지만 네가 잘 이야기해줘서 나도 보는 동안 재미 있었어."
"그....그래? 그렇게 말해주니 다행이네."
"우리 다음에 또 보러오자. 새로운 시리즈 나온다는 이야기 들었거든."
지나가 가까이 다가오며 제이에게 웃으며 말하자 제이는 얼굴을 붉히며 이 상황이 낯설면서도 싫지는 않았고 오히려 지나가 가까이 오는 것에 제이는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괜히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는게 아닌가 싶어 다른 곳에 집중하기로 했고 마침 영화관을 나오자 무인 인형 뽑기 가게가 있자 제이는 지나를 보고 저기로 가자고 했다.
안에 들어오자 다양한 인형 뽑기 기계가 가득했고 각 기계 안에는 많은 인형들이 있자 지나는 처음 와보는 이곳에서 인형들을 빤히 보면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다행히 지나가 마음에 들어하는거 같아 제이는 인형을 하나 뽑아주겠다고 하자 지나는 고민을 하다가 하나를 골라 제이에게 손으로 가리켰다.
"잠깐만....저 인형은 설마?"
지나가 가리킨 곳 뽑기 기계 안에 가장 끝에 있던 인형을 제이가 자세히 보니 과거 차원전쟁 시절 나이트때 모습을 한 인형이 저기에 있었다. 도대체 저게 왜 여기 있는지 아니 그것보다는 왜 과거 자기 모습을 한 인형이 만들어졌는지 보나마나 캐릭터 카드때처럼 또 본인 허락 없이 멋대로 만들었을거다.
"제이, 뽑을 수 있겠어? 혹시 힘들까?"
"어? 아....아니야. 누나가 원한다면 뽑아 줘야지. 잠깐만 기다려봐."
제이는 돈을 넣고 곧바로 뽑기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잘 되나 싶었지만 실패했고 이어서 계속 도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인형을 놓치거나 다른 인형을 잡는 등 실수를 연발하자 결국 참다 못한 제이는 이번에도 인형을 놓치며 소리를 질렀다.
"크아아아! 조금만 더 했으면 되는건데!"
주먹으로 약하게 기계를 툭 치며 고개를 숙여 후회하고 있었고 제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지나는 그를 붙잡았다.
"제이....정 힘들면 그만 하는 게 어때?"
"누나...."
지나가 제안을 하자 제이는 이쯤에서 포기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자 더욱 오기가 생겨 다시 돈을 넣고 재도전에 들어갔다.
"제이?"
"기다려 누나. 내가 꼭 뽑아서 누나한테 선물 하겠어."
제이는 오기를 부리며 다시 도전에 들어갔다. 게임 조작키를 움직이며 신중하게 대응했고 위치를 잡은 다음 그대로 버튼을 눌러 인형을 잡았다. 다행히 여기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고 천천히 출구로 인형을 가져오자 곧 바로 출구를 향해 버튼을 눌러 집게로 잡고 있던 인형이 내려올 그때 하필이면 그대로 걸려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아니....이게 무슨...."
거의 다 왔는데 여기서 막혀 버리자 제이는 한숨만 쉬더니 그대로 기계를 툭 치고 좌절하던 때 뽑기 기계 입구에서 인형이 나와버렸다. 제이가 한숨을 쉬며 툭친것이 기적을 일으키며 인형을 뽑는데 성공했고 기쁜 나머지 그대로 지나에게 인형을 건네자 그녀는 입가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 고마워 제이."
"누나가 기뻐해서 다행이야. 이제 슬슬 저녁이나 먹으러 갈까? 이 근처에 맛집들이 많거든."
지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인형을 소중히 안아주며 제이와 같이 저녁을 먹기 위해 거리를 돌아다녔다. 하늘은 어두워져 해가 짧아서 금방 어두워졌고 거리에는 가게마다 불빛들이 비추고 있었고 두 사람은 저녁을 뭘 먹을지 둘러보는데 제이는 가게마다 있는 가격표들을 보며 자신에 지갑 사정을 보고는 상황이 좋지 않아 뒤늦게 깨달았다.
오늘 점심은 물론 영화랑 특히 인형 뽑는데 돈을 너무 쓰느라 가뜩이나 얼마 없는 돈으로 오늘 하루 지나랑 데이트를 했고 제이는 한숨만 나오자 지나는 제이의 사정을 눈치채자 그의 옷깃을 잡고는 지나는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리고 잠시 후 지나가 가리킨 곳에서 먹거리를 사왔는데 놀랍게도 그건 흔한 컵라면이었고 그녀가 가리켰던 곳은 바로 편의점으로 그곳에서 물을 받은 뒤 두 사람은 컵라면을 든채 공원 벤치에 와 앉았다.
"더 맛있는 거 먹어도 될텐데...."
"아니야. 아까 낮에도 후식도 맛있는 거 많이 먹어서 충분해. 무엇보다 여기서는 보름달도 더 잘 보이잖아."
지나가 하늘을 바라보자 보름달이 선명하게 있었고 구름 한 점 없이 잘 보이자 제이도 보름달에 시선이 향했다. 그렇게 잠시동안 보름달을 바라보던 두 사람은 슬슬 컵라면이 어느정도 익었고 뚜껑을 열자 안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고 그대로 두 사람은 젓가락을 들고 한입 맛을 봤다.
"오오! 이거 날이 추운 바깥에서 먹으니 전쟁때가 생각나는데."
"응. 역시 너도 알고 있었구나. 그날도 오늘처럼 명절이었던거 알아? 임무 끝내고 한밤중에 이렇게 같이 컵라면을 먹었잖아."
제이는 순간 기억났는지 과거일이 떠올랐다. 차원전쟁 시절 그날도 이렇게 한밤중 작전을 끝내고 식사를 하자 식량도 보급이 오기전 그나마 남아있던 컵라면으로 지나와 같이 끼니를 떼웠다.
당시 생수병에 물을 부워 제이의 발화 능력을 이용해 컵라면을 익어 지금처럼 바람이 불며 한밤중 바깥에서 모닥불을 피워 라면을 먹었다. 그때 먹었던 라면은 지금 생각해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고 지금처럼 명절인 날이었지만 전이나 송편과 같은 음식이 없어도 괜찮을 정도로 그 맛은 잊을 수 없었다.
"그래...이제 좀 생각났어. 그때도 지금처럼 이렇게 같이 라면을 먹었지."
"나 그때 보름달 보면서 한가지 소원을 빌었어. 근데 마침 오늘 그 소원을 이루고 말았지."
"응? 소원을 이뤘다고? 대체 뭐였는데?"
제이의 질문에 지나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수줍어 하다가 달을 한번 보고는 제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바로 그날처럼 제이 너와 함께 하고 싶었어.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이렇게 너와 오늘 함께해서 정말 기뻤어."
"누....누나....갑자기 그런말하면 괜히 부끄러워지잖아...."
"그러고보니 제이 너도 혹시 소원 빌었어? 난 아까 보름달 보면서 소원 빌었는데."
"어? 또 뭘 빌었는데 그래?"
제이는 얼굴이 붉어지며 지나의 말에 긴장하고 있었고 지나는 잠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지나가 천천히 제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가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지금처럼 너와 앞으로도 함께 하는거야. 그동안 하지 못한거 전부 말이지."
지나의 말을 듣고 제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제이는 생각에 잠겼고 다시는 볼 수 없던 그녀를 생각하며 살던 그에게는 전쟁이 끝나고도 공허했다. 한 순간도 울프팩을 나와서도 검은양에 들어갔어도 지나를 한번도 잊지 못한채 살아왔고 시간이 지난 지금 지나와 다시 재회해 오늘 이렇게 함께 보낼 수 있었다.
당연히 제이에게 있어서는 지금만큼 더 원하는 소원 같은 건 없을거다. 오히려 더이상 소원에 대한 여한이 없을 정도였고 그가 바라는것이 있다면 단 한가지 그것을 생각한 제이는 지나에게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앞으로도 누나랑 떨어지지 않고 이대로 함께하고 싶어."
"제이...."
"그러니까 이제는 떨어지지 말아줘."
제이는 지나의 손을 꽉 잡으며 놓고 싶지 않았는지 힘을줘 정면에서 지나를 바라보며 부탁했다. 제이의 진심을 알던 지나도 그대로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며 제이가 잡아준 손의 온기를 느끼며 약속했다.
"다시는 널 혼자두지 않을게."
서로 약속을 한 채 다짐하며 두 사람은 달밤이 비추는 공원에서 찬 바람을 맞았지만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서로의 손을 잡은 온기가 있어서 추위가 그들의 몸을 덮어도 두 사람 사이에 온기가 느껴져 그들에게는 추위는 크게 닿지 않은 채 이 자리에서 계속 서로의 손을 잡으며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어김없이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그때처럼 보름달이 뜬 밤 모닥불을 피워 제이는 홀로 앉아 있었다. 마치 꿈이라도 꾸며 깊은 생각을 하다 천천히 눈을 뜨고 다시 지금 눈앞에 있는 곳이 현실을 인지했다.
"제이씨, 여기 계셨군요."
혼자 모닥불을 피우고 있던 제이에게 팀의 리더인 슬비가 다가왔고 슬비의 존재를 인지한 제이가 천천히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야?"
"신서울 탈환을 위한 준비가 다 됐다고 해요."
슬비의 말에 제이는 주먹을 쥐었고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진입이 불가능한 신서울에 드디어 다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전의를 불태웠다.
"지나씨는 꼭 무사 하실거에요."
혹시나 제이가 지나를 생각하는 마음에 무단으로 작전을 따르지 않고 행동할까 조심스럽게 말했다. 팀내에서 가장 연장자이며 상황판단이 빠른 사람이지만 지나의 대한 문제면 그 또한 무리하게 나가는 경우가 있어 슬비는 조심스럽게 조언을 하자 제이는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나도 작전은 인지하고 있으니 발목 잡는 일은 하지 않을거야. 어서 가자고."
"아....네...."
제이는 슬비에게 미소를 보이며 그녀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말했고 자신이 먼저 발 걸음을 움직이며 걸어가는 사이 슬비랑 조금 멀리 떨어지는 곳에서 천천히 표정이 굳어지면서 1년전 지나를 신서울에 놔두고 도망친 자신과 추석 때 같이 서로 소원을 빌었던걸 생각했다. 자신의 힘이 부족해 이번에도 지나를 놔두고 왔다는 죄책감이 제이를 조여 왔지만 그때 소원을 빌었던것처럼 이번에야말로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희미하게 남아있던 불씨는 다시 화력을 되찾으며 마음속에 남아있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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