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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몽마르트르의 신성모독자 작성일2024.12.24 조회659

작성자GameCats

"후,, 어쩌다가 파리에서 이 고생을 하는거람.."

나는 표지판을 바닥에 내동이친채로 무릎에 머리를 파묻은채로 사크레쾨르 성당 앞 계단에 앉았다.

"거기 당신, 감히 신성한 성당에서 경거망동을 하는건가?"

'심란한 상황에 도대체 누가 방해하는거야.'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들자, 말끔한 흰 사제복을 입은 노인이 있었다.

"신성한 거리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네. 다시금 주워서 가지고 가도록 하게."

"죄송하지만, 이것은 버리는 쓰레기가 아니라 잠시 바닥에 놔둔 것 뿐이에요. 있다가 갈 때는 꼭 챙겨가도록 할테니 염려치 말아주세요."

노인은 무언가 못마땅한 것 처럼 표정을 구겼다.

"잠시라도 이런 거리에 소중한 물건을 놔두다가 잃어버려도 모름세."

'내 물건, 내가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인데, 왜 잔소리를 들어야한담..'

나는 속으로 투덜거림과 함께 멀어져가는 노인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보자, 오른쪽 주머니에 반차원 물질을 넣어놨었는데?..."

흰 가운 주머니를 샅샅이 뒤적여 보았지만 찾았던 물건은 결코 발견되지 않았다.

 

"이제 저녁이 다 되었는데, 도대체 어디서 잃어버린걸까?.. 흐헝헝.."

통돌이를 사용하기 위한 주요한 에너지 리소스를 잃어버려 통돌이를 가동하지 못하게 된 것은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 큰 불행이었다.

볼프강 요원님이 도와준 대가에 대한 보상으로 통돌이를 요구했을 때도 거절했던 것은, 통돌이 가동에 쓰이는 비용이 막대했기 때문이고, 그러한 비용을 대신할 수 있는 자원을 잃어버린 것은 너무나 큰 실책이었으니까.

'그만한 밀도의 위상력을 가지고 있는 반차원 물질은 다시 구할 엄두가 안나는데.. 호프만이 그리도 싫어하는 녀석들이나 할 법한 일을 저질렀다는 걸 안다면 가뜩이나 없던 물질 변환팀 연구원으로서의 입지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거야!..'

만에 하나라도 잃어버린 물건을 타인이 손에 넣게 된다면, 원하는 물질 변환에 성공할 때 까지 사용가능한 에너지로 어떤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일이었기때문에 상사에게 혼이 나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것이 자명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양수연 관리요원의 말대로 프로미넌스 교단으로 인해서 심각한 사태이지만, 유니온에 이를 보고하고, 도움을 청해야겠어."

자신의 안위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결단을 내린 순간, 어두운 밤의 암흑을 타고서, 형체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괴한이 나에게 접근하였다.

"이런이런, 그러면 곤란하지. 계획에 아주 큰 차질이 생기니까 말이야. 그러니 자네는 아무런 영문도 모른체 사라져줘야겠어. 영원히 자네의 인격이 되돌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도록하지. 그래, 자네는 유니온을 압박하고, 파리의 민중과 신앙을 모독하는 자. 신성 모독자 누아르 블라스페르로서 영원을 살아가는거야! 크크.. 근사하지 않은가?"

괴한의 찌를듯한 역겨운 목소리가 들린 직후, 코를 찌르는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몽롱한 향기가 나기 시작했고, 나는 점점 의식을 잃게 되었다.

 

 

 

'나는,,, 그리고,,, 여기는 어디지?...'

주변을 돌아보자 커다란 성당과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수 많은 군중이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자신이 누군지도 알지 못한채로,, 정작 중요한 것은 모두 비어있는 채로, 의식없이 나를 그저 따른다는 것만을 직관적으로 파악했다.

'코를 찌르는 달콤하지만 몽롱한 향기.. 너무 근사한걸?..'

내 몸에서 나는 듯한 강력한 체취를 인지하자, 나의 몸을 관찰하였고, 보이는 것은 평범한 천 조각과 박쥐 날개, 그리고 뾰족한 끝이 달린 긴 꼬리가 보였다.

'그래.. 지금 모인 사람들은 나를 숭배하기위한 신자들이고, 성당은 나에게 바치는 헌물이로구나!'

나는 신자들을 데리고 성당으로 입실하였고, 모자이크 천장화 아래 거만하게 앉은 채로 성당, 헌물의 축성에 대해 효시를 선언했다.

"너희들이 공수해온 건물이, 나, 누아르 블라스페르에게 헌물됨으로써 이 시점으로 하여금 진정한 의미에서 성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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