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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식의 계승자 그림자요원 RE. 2화 : 시련의 시작 작성일2026.03.06 조회150

작성자비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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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구역으로 지정된 어느 외진 곳에 남아있는 고성.

"끄에에에에....."

최근까지도 사람이 지낸 흔적이 엿보이는 이 고성에서 누군가 죽어가는.... 좀비로 착각할 괴음이 울리고 있었다.

형, 괜찮으세요....?

"끄어어어어어....."

맨바닥에 널부러져있던 액체괴물..... 아니, 자온이 고개를 격하게 좌우로 흔들며 안 괜찮다고 제스쳐를 한껏 표현했다.

솔로몬의 조력으로 시행되는 새로운 승급심사. 솔로몬이 사냥터지기 팀의 집이나 마찬가지인 독일의 사냥터지기 성에 거주하고 있기에 비공정을 타고 이동했지만...

'이 놈의 멀미는 언제쯤에나 나아지는지.....'

고질적인 멀미로 한참을 시달리던 자온은 나무 하나를 붙들고서 겨우겨우 삐걱거리며 일어섰다.

"....그런데 수현, 너도 멀미했었어? 왜 이렇게 얼굴이 허얘?"

나 못지 않게 수현의 얼굴도 하얗다 못해 새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몸도 파르르 떨고 있네!? 얘 진짜 어디 아픈가?!

"아, 아픈게 아니라..... 그, 그냥 긴장을 좀...."

"팀원들 심사받으러 갈때마다 왔으면서 새삼?"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미래를 시작으로 나까지 다섯번째 심사에 같이 참여하는데 이렇게까지 긴장할 일인가 싶은데...?

"그, 그 긴장이 아니라...."


"또 나 때문인건가?"

우리 발밑에서 누군가의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악!!!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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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이 펄쩍 튀어오르며 내게 안기곤 뭐라하는데...

삐이이----

.....얼마나 크게 비명을 질렀는지 귀에서 이명이 울려서 하나도 안 들렸다.

"슬슬 적응할거라 생각했지만... 내가 단단히 착각한 모양이군."

"우리 관리요원이 이래서 미안해, 빅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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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쿠르마에 같이 맞섰던, 합성차원종이지만 사냥터지기 팀의 집을 지키는 긍지 높은 파수꾼, 빅터에게 한숨 섞인 사과를 건넸다.

"괜찮다.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으니... 오랜만이군, 자온."

"오랜만이야, 빅터. 잘 지냈어?"

"잘 지내곤 있었다만.... 재차 말하지만 나는 개가 아니라 했을텐데 쓰다듬는 이유가 뭐지?"

".....아, 나도 모르게 그만."

개가 무서워서 나무와 하나되기 직전인 수현과 달리 나는 개를 매우 좋아하는 바람에.... 무의식적으로 빅터를 폭풍 쓰담하고 있던 손을 얼른 떼었다.

"아, 미안하니까 선물. 오기전에 개껌이랑 육포, 소뼈도 사왔는데 뭐가 좋아?"

출발하기 전 빅터에게 주려고 사왔던 봉투를 들어보였다.

".....소뼈로 다오. 그래도 쓰다듬지는 마라. 대신 발등을 핥아 줄테니."

"네네."


카득! 까드득!!

무심한듯 소뼈를 받아먹고 있지만 좌우로 격하게 꼬리를 흔들고 있는 빅터의 모습을 보니 또 쓰다듬고 싶어졌다....! 애견인의 혼이.... 크읏....!!

"저어.... 빅터? 이, 이제 심사에 대해 설명해줘야 하지 아, 않을까?"

....아, 그렇군. 미안하다. 신선한 소뼈는 오랜만이라 정신이 팔렸었군."

"응? 이번 심사에 대해 빅터가 설명을 해?"

"그렇다. 내가 이번 승급심사의 실행요원이니까."

"....?"

"왜 그런 반응이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니 빅터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왔다.

"아니 빅터 너와 솔로몬과의 연관성도 그렇지만... 나는 다른 사람이 심사를 담당하는 줄 알았거든?"

"전자는 이해한다만... 후자는 어째서지?"

"그도 그럴게,"



차킹!



갑자기 검을 구현한 자온은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지금도 지켜보고 있잖아?"

날카로운 듯 부드러운 검풍이 한차례 휩쓸자, 그곳에서 유니온의 요원으로 보이는 짧은 머리칼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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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굽니까, 당신은."

".....대단하시군요. 제 기척을 눈치채시다니."


철컥

"말 돌리지 마시고, 누구냐니까요."

"적은 아니니 검을 거둬주시겠습니까, 해랑 씨?"


"그 이름을,"

철컥....!

"마음대로 부르지 마."

자온의 검을 치우기는 커녕, 검에 본격적으로 힘을 불어넣으며 살기를 뿌려댔다.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만 허락한 이름이야. 어떻게 알았던, 일면식도 없는 당신이 입에 담을 이름이 아니라고."

"해, 해랑 형....! 잠시만요, 이 분은 적이 아니라....!"

여성은 당황하며 설명하려던 수현과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아는 사이인 모양이지만.... 일부러 기척을 감췄다는 것에서 별로 신용이 가질 않지만.

"....실언했습니다. 하지만 저에 대한 건, 먼저 빅터의 설명을 들으신 후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살기를 그렇게나 쏘아대는대도, 눈앞의 여성은 눈하나 깜빡 안 하면서 빅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일단 적은 아니니 검을 치워다오."

"....흥. 그래서, 뭘 설명해줄 건데, 빅터?"

짧게 혀를 차고 구현을 해제하며 물어보았다.

"우선.... 자온, 너는 솔로몬에 관해서 기억하고 있나?"

"당연하지. 볼프강 요원님이 사용하시는 [검은책]의 옛 주인이고, 애당초 이번 심사에 주체라며?"

"솔로몬과 접촉하면 자신과 관련된 기억이나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기억하나?"

"어. 나는 만족스러운 답은 아니였지만."

"나도 그 솔로몬과 한 차례 접촉한 적이 있다. 연구진이 차원종과 솔로몬의 접촉 사례 또한 확인하고 싶어했기에."

"그때 솔로몬은 나에게 나의 옛주인.... 애쉬의 모습을 환영으로 보여줬다."

"애쉬?"

"애쉬란... S급 차원종 중의 한 명이에요. 더스트라는 여성형 차원종과 더불어서 활동하는... 교활하고 위험성이 높은 차원종이라고 해요. 다른 팀의 작전기록에서 본 적 있어요."
"하지만 애쉬와 더스트는 본래 하나의 개체였고, 다시 하나로 돌아가고자 했던 더스트의 의해 살해당했다고 해요."

"잘 기억하고 있군. 자온 너는 처음 듣겠지만 애쉬는.... 나와 나의 형제들을 만든 창조주이기도 하다."

"으흥..."

고위차원종에 관련됐다는 건 처음 들었지만... 빅터와 같이 인간 세상의 생물과 섞였으면서 높은 지성을 가진 차원종은 볼 수 없었으니 수긍하는 사이, 빅터는 계속해 부연했다.

"그래서 그 녀석은 나의 창조주지만, 나를 제외한 다른 형제들을 모조리 살해한 원수이기도 하다. 이에 나는 그를 주인으로 섬기길 그만두고, 너희 인간들과 함께 하기로 마음 먹게 되었지."

"그런 나에게.... 솔로몬은 구태여 애쉬의 모습을 보여줬다. 나는 분노하며 그 자리를 박차고 떠났지."

"그런데.... 그 다음부터였다. 머리속에,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지 않았던 정보가 떠오르기 시작하더군."

"그 중에 가장 선명히 떠오른 것이.... 바로 솔로몬에 관한 것이였지. 지금부터 그에 대해 설명해 주겠다."

"아주 오래전 한 군주가 있었다. 그 군주는 이 우주의 모든 과거를 집어삼켜서 자신의 도서관에 담는 존재였어. 그러다 결국에는 현재와 미래를 집어삼키려는 폭식의 죄를 저지른 탓에 다른 군주들에게 숙청당했다."

"...아무튼 그 군주에겐 집어삼킨 지성체를 자신의 종복으로 삼는 권능이 있었지. 그렇게 탄생한 종복을, 자기 도서관의 사서로 삼았다."

"그렇게 탄생한 종복이 바로 솔로몬이라 불리는 존재다. 옛 군주의 파편인 검은 책을 남용한 결과, 그 군주의 종복이 되버린 그림자.... 그것이 솔로몬인 셈이지."

"다른 아가들에게 듣긴 했다만.... 그 친구 얘길 들으니 심숭생숭하구나."

"우와앗!!? 뷔, 뷜란트 씨?"

"영감, 기척 좀 내고다녀. 그 와중에 쫀디기는 또 어디서 구한거야?"

"오기 전에 하나 사왔지. 조용히 듣고 있었더니 그에 관한 얘기가 들리길래 끼어들었다."

영감은 쫀디기를 우물거리며 내 어깨에 팔을 떡하니 올리더니 이어 부연했다.

"뭐, 그 이야기를 좀 더 보강하자면 그처럼 욕심 부리다 사라진 군주도 있고... 새로 탄생한 군주들도 있단다. 그 친구는 태초에 그저 많은 걸 알기 바란 친구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맹목적으로 지식에 집착하더구나. 그 친구가 그렇게 영락하지만 않았어도 율법 그 친구도 사라지진 않았겠지. 안타까운 일이야...."

"율법?"

"혼잣말이다. 그나저나 빅터, 그림자가 된 아이들... 솔로몬이 아가의 승급 심사에 관련있다는 것은 그들이 가진 자질 때문인가?"


"자질?"

"그렇다. 이번 승급 심사에서 솔로몬이 핵심인 이유지. 사서 솔로몬은 접촉한 대상이 원하는, 혹은 그 대상에게 필요한 과거를 보여준다. 도서관의 손님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 게 사서의 역할이니까."

"하지만 정말 뛰어난 사서는 그 이상을 해내지. 단순히 보고 싶은 것을 보여줘서 손님을 만족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손님을 한 단계 성장시키기까지 한다. 그것이 진짜 유능한 사서라고 할 수 있겠지."

"옛 군주는 지적허영심이 상당한 자였다. 그래서 자신의 사서가 누군가를 성장시킬 정도로 뛰어난 존재이길 원했어. 그래서 애초에 그림자의 사서로 선택되는 자들은 스승의 자질을 가진 자들 뿐이라더군."

"다만 이 사서에게 한단계 너머로 갈 가르침을 구하고자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해. 그리 대단한 대가는 아니지만."

"주인 없는 아이들이니 힘만 주면 되겠다만... 뭐가 필요한게냐?"

"알다시피 이 성의 지하에는 대단히 큰 연구시설이 있지. 그곳엔 숨겨져있던 특수한 충전실에 유도한 솔로몬에 막대한 전기를, 에너지를 충전시키면.... 충전된 솔로몬은 너를 위한 시련을 준비해줄거다."

"솔로몬에게 에너지를 공급한 뒤, 그 에너지를 바탕으로 구현한 시련을 극복해서 강해지는 것..... 이것이 이번 신규 승급 심사의 절차다."

"...."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느냐, 아가?"

뷜란트는 설명을 듣고 뭔가 불만인듯 눈썹을 살짝 찌푸린 자온을 보고서 물었고, 그는 살짝 뜸을 들이며 입을 열었다.

"....물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통과한 심사라곤 하지만... 군주급이 관련되어 있단 거에서 무해성에 영 믿음이 가질 않는데."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을거다. 그 친구는 타인의 성장으로서 생기는 새로운 지식을 좋아했지. 애당초 지금은 다른 영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이니 그 부분은 걱정말거라."

"하지만 자온처럼 믿음이 가지 않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이 정보의 출처는 다름 아닌 나의 옛주인, 애쉬에게서 나온 것. 아직 나도 아직 의심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내게 이런 정보를 심어놓은 것도... 성의 지하에 충전실 따위를 준비한 것도 애쉬, 그녀석일 테지. 아마 솔로몬과 접촉하면 상기되도록 한 것일텐데 무슨 이유로 그런 짓을 한 건지는 몰라. 게다가 그 교활한 애쉬가 준비한 정보인 만큼, 이 모든 것이 참이라는 보장도 없었지."

"그런 만큼 한동안, 유니온의 연구진은 내 발언을 무시했다. 그 정보의 출처에 그 정보를 전달한 나 역시도 본질은 차원종이니 인류의 입장에선 신뢰하기 어려운 정보원이었을 거야."

"그러던 중, 내가 제공한 정보에 관심을 보인 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자는 내말을 믿어준 것은 물론, 솔로몬에 의해 구축된 솔로몬의 시련을 정규 승급 심사로 만드는 계획까지 세웠지. 그 사람이 바로..."

"....
[힐데가르트 베이르만]. 빅터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건, 힐데가르트 기관의 기관장인 그분입니다."

방금까지 입을 꾹 닫고 있던 여성 요원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소개하겠습니다. 한때는 유니온의 감찰국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힐데가르트 기관의 에이전트가 된... 최서희라고 합니다."

"최서희 요원님은 예전에 검은양 팀과 테러그룹이 맞서 싸울 때, 검은양 팀을 지원해주셨다던 클로저 분이세요."

"네. 그랬습니다. 부끄럽게도 큰 도움이 되진 못 했지만.... 어쨌든 오늘은 그때처럼 감찰국의 일원이 아니라, 힐데가르트 기관에서 파견된 승급 심사의 심사관 자격으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힐데가르트 기관이라.... 처음 듣는 기관이군요."

"힐데가르트 기관은 힐데가르트 베이르만... 유니온의 부총장님이신 그분께서 설립한 기관입니다. 그분과 그분이 창립한 기관이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힐데가르트 기관의 역할은 당장 눈앞의 위협, 차원종이나 테러 등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위협은 총장과 그 측근들에게 맡기고, 그 다음을 대비하는 것이 우리 기관의 목표였으니까요."

"이를테면 지금 말한 군주에 대한 대비... 즉 저희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류의 미래를 존속시키는 걸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물론 명목 상의 이야기가 그렇다는 것이고, 총장이 자신의 계획을 위해 그분을 그 자리에 묶어놓은 것이기도 합니다만...쓸데없는 이야길 해버렸군요. 방금 들으신 말씀은 잊어주십시오."

"어쨌든 이번 신규 승급 심사는 솔로몬이라는 군주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존재와 연관이 있는게 확인 됐습니다. 이에 따라 이 안건을 힐데가르트 기관이 인계 받게 된 겁니다."

"오호.... 그 힐데가르트라는 아이는 우리 군주에 대한 존재여부를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던 모양이구나?"

"...그렇습니다. 실은 우리는 당신과 같은 군주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우리 인류에게 우호적인 존재라고 보고 받았으니 말씀드리지만.... 지금부터 드리는 이야기는 극비사항입니다. 부디 외부에 발설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최서희 씨가 들려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차원전쟁 시절부터 군주의 존재의 정보를 갖고 있던 유니온의 최상층부는 예지 능력이나 차원종의 증언, 때론 특정 물품으로 그들의 정보를 인식했으나 아직 불안정한 정보였기에 일반 시민에게 공포를 줄 수 없다며 정보를 사전에 차단하는 대신, 그들은 비밀 기관을 설립, 군주의 존재를 파악하기 위함과 동시에 그들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기로 하여 세우진 기관이 바로...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지금 제가 소속되어 있는 힐데가르트 기관입니다."

"그럼 그 힐데가르트 기관이라는 곳이 솔로몬과 협력한 승급심사를 당담하고 있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저는 기관장님의 명을 받들어 사냥터지기 성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1차 테스트 요원 자격으로 솔로몬의 시련에 직접 도전했죠. 비록 시련을 극복하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 안정성의 체크와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알아낸 내용을 정리해서 상부에 보고한 뒤, 몇몇 요원들을 테스트 요원으로 추천했죠. 그중의 한 명이 당신, 자온 씨였습니다."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선에서 대답해드리겠습니다."

"그거면 됩니다."

옅은 한숨을 내쉬고서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물어봐야 할 것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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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추천한 이유가 군주의 힘을 가진 자가 시련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실험입니까?"

"......"

"군주의 파편을 가지고 있는 파이 씨나 볼프강 씨와는 달리, 저는 군주의 힘 그 자체를 품고 있죠. 순수한 군주의 힘과 접촉했을 때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정보를 더하려는 것 아닙니까?"

앞선 파이 씨의 시련에서는 사검에 담긴 군주의 의지가 개입했다고 수현에게 들었었다. 수현도 나도 순수한 군주의 힘이 접촉했을 때의 경과를 확인하려는 것이 아닐까 의심했었고, 어차피 불편한 상황인 김에 직구로 물어보았다.

"거기에..... 절 조사하셨다면 잘 아시겠지만, 저는 유니온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나쁜 사람만 있는게 아니란 건 알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형님에게 더러운 짓을 시킨 유니온의 상층부를 전혀 신뢰하지 않습니다."

"...물론 당신이 유니온을 불신하는 이유는 보고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유니온.... 정확하겐 미하엘 전 총장의 명령으로 비운 씨에게 가해진 실험들과 그에게 뭘 시켰는지도요."

내 말을 경청한 최서희 씨가 천천히 답을 건넸다.

"....."

"그렇기에 힐데가르트 님을 믿으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아주십시오. 이번 승급 심사는 당신의 동료들에게도 기회라는 것을요."

"기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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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여러분의 팀, 시궁쥐 팀은 대단히 입지가 불안한 팀입니다. 물론 여러분이 세운 공적은 저희도 분명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의 대부분은 정규 클로저가 되기엔 문제 되는 점들을 갖고 계십니다. 그런 여러분이 인정 받기 위해서는 다소의 리스크는 감수해야 합니다."

"당신을 제외한 시궁쥐 팀 여러분이 시련을 통과해 정식으로 클로저가 되어 입지의 기반이 잡히긴 했지만, 우호적이라고 해도 차원종과 계약한 당신으로 인해 안정되지는 않았죠."

"그렇기에 이것은 기관장님께서 여러분께 드리는 제안입니다. 만일 당신께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정규 클로저가 되고자하는 의향이 있다면.... 저희가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자온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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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서희 씨의 제안을 듣고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대부분은 우리 팀에게 우호적이였지만, 늑대개 팀의 레비아 씨나 영감이 차원종이라는 걸 알 때마다, 그리고 내가 차원종화를 써야하는 상황일 때마다 우리에게 의심과 불신의 시선도 섞여왔다.

막상 그 시선을 받는 장본인들은 괜찮다고 하고, 우리 팀나 늑대개 팀도 그런 불합리에 맞서주긴 했지만... 나는 레비아 씨나 영감이 그런 시선을 받는 것도 싫었고, 비호해줘서 같이 욕을 먹는 그 상황도 싫긴 했었다.

비호해서 욕을 받는 입장에서도, 그 장본인이 되는 나로써는.... 양측 다, 소중한 사람들이다.



[누구보다 앞에 나아가.]

[등 뒤에 있을, 내가 지키지 못했던 모든 이들을 지키고,]

[그리고...]

[마지막엔 뒤를 돌아서 네가 지킨 사람들과 함께, 행복과 사랑을 나눠.]

[[나]만이 겨우 누렸던 행복을..... 수많던 [내]가 누리지 못했던 그 미래를.... 탐욕스럽게 쟁취해줘.]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 녀석들... 시궁쥐 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실험쥐 정돈 몇 백, 몇 천이라도 해주죠."

모두와 함께 행복해지는 삶을 탐욕스럽게 쟁취하기로 
[태양]과의, [나]와의 약속도 있는만큼 순순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자온 형...."

"너무 걱정하지 마, 수현. 그 녀석들에 다른 클로저들도 통과한 시련이잖아. 뭐, 문제 생기더라도 몇 번 봤잖아. 어떻게든 또 살아돌아오는 거."

 

"....."


"....농담이고 이걸로 시궁쥐 팀의 입지를 단단히 할 수 있다면 이 정도 시련, 가볍게 넘어주겠어."

"...알았어요. 그래도 혼자 그런 부담을 다 떠안으려 하지는 마세요. 좀 더, 저희에게 기대도 괜찮아요."

"그래. 나중에 너무 기대도 뭐라하지 않기다? 그러니....각오는 됐습니까 시련, 준비해 주시죠."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럼 곧바로, 자온 씨의 승급심사를 준비하겠습니다."

곧바로 시련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

 



"형, 기다리셨죠? 이제 준비가 끝났다고 해요. 솔로몬은 충전실로 유도되었고, 전력 공급 준비도 이제 막 끝났다고해요. 카운트다운만 끝나면 시련이 활성화 될 거라고 하네요."

"알았어."

가볍게 숨을 고르며 긴장을 풀다가, 불현듯 떠올라 입에 담았다.

"이번 심사, 받지 않게 하고 싶었을텐데 허락해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벌써 몇 번이나 봤지만 이 승급 심사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서 생각 같아서는 지금도 만류하고 싶어요."

"그래도 이번 건 잘 끝내면 우리쪽 입장이 나름 좋아진다잖아."

"확실히 이번 승급심사에 통과한다면 유니온 내부에서도 시궁쥐 팀의 입지가 확고해질 거예요. 그래도 형의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무리일 것 같다 싶으면 바로 중단하셔도 괜찮아요."

"무리는 안 할 테니까 걱정 마. 고마워."

"마음의 준비는 다 된 모양이군."

"히익...!! 빅터?!"

"일일이 놀라지 마라. 아직 즐길 준비가 안 되어 조금 상처가 되니까 말이다."

"미, 미안해..."

"그보다도 최서희가 충전실에 전기 에너지를 공급했다. 이제 곧... 네 앞에 모습을 드러내겠지."

"응? 뭐가?"

"그야 물론...."



후웅------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 앞에 한 그림자가 일렁이며 나타났다.

"오오... 이 자가 솔로몬이구나?"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형은 눈을 가려서 제대로 못 봤다고 하셨죠..."

"솔로몬은 충전이 끝나면, 이렇게 이동해야 할 곳으로 이동한다.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자신이 성장 시켜야 할 제자의 앞에 말이지."

"이렇게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이네. ....내 눈 안 가리는 거 보니 이번은 괜찮나 보네?"

이전에 솔로몬은 내 눈을 가리기에 급급해 보였지만, 이번엔 어딘가 여유있는? 어딘가 차분하면서도 결연한 강인함이 전해져왔다.

스윽

나와 시선을 교류하던 솔로몬이 내게 예를 갖추며 입을 열었다.



<가장 위대한의 계승자시여.>

<당신을 위한 시련이 준비되었습니다.>

<과거를 열람함으로써 미래를 열어젖힐 힘을 구하시길, 계승자시여.>



츠즈즈즉------



솔로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허공에서 독특한 반짝임이 이는 차원문이 하나 열렸다.

"솔로몬이 이렇게 예를 갖추다니.... 처음 보는군. 어쨌든, 솔로몬 쪽은 준비가 끝난 모양이군. 내가 부연 설명을 해주지."

"솔로몬은 도서관에 저장된 과거를 관리하는 존재. 따라서 솔로몬의 시련은 과거에 있었던 어떤 사건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시련을 극복하려면, 네가 과거의 진실에 난입해서, 쓰러트려야 할 존재를 쓰러트려야 한다."

"쓰러트려야 할 존재? 그게 누군데?"

"마주해 보면 알게 될 거다. 네가 쓰러트려야 할 존재가 누구인지. 그러니까 일단은 입장해 보도록 해라."

"으음.... 일단 가봐야 안다는 거구나. 알았어. 그럼, 갔다 올게."

"형, 조심하셔야 해요. 다른 분들도 그랬지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불가능하니까요. 불안한 낌새가 느껴지면 곧바로 퇴각하세요. 절대로 무리하지 마시고요."

"알았어. 명심할게."

"조심하거라, 아가."

"영감은 같이 안 가?"

"그러려 했는데 어째선지 거부감이 드는구나. 너만의 시련인 듯 하구나."

"어쩔 수 없지..... 갔다 올게."

나는 혼자, 솔로몬이 만든 시련의 공간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

 



쏴아아아아아------

바람소리에 섞여 맡아지는 풀냄새.... 사냥터지기 성과는 다른 평범하게 차가운 밤공기....

"제대로 들어왔나보네..."

눈을 뜨자, 억새가 빼곡하게 들어찬 들과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 내 상대는 어디에 있을까나?"

어지간히 외진 곳인지 바람과 풀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하물며 조명도 없는데 구름이 제법 껴있어 달빛조차 비추질 않아 잘 보이지도 않았다.

"눈으로 봐도 되긴 하지만 역시.... 실이 편하지.'

슈륵-

평소처럼 실을 주위에 펼쳐 색적을 하려는 찰나에,


파사삭----!!

"응?"

억새가 맞부딪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키에에에엑!!!!

억새 너머에서 갑자기 작은 차원종 하나가 튀어나왔다.

서걱------

자온은 어느새 검 하나를 구현해 차원종을 깔끔하게 두동강 내었다.

"시련이 이런 것들을 상대하는 거라면 실망인데. 아, 저기 몰려오...."

실망하려던 찰나에, 점점 넓게 펼쳐지는 실에 차원종들이 감지되기 시작하는데....

"뭐, 뭐야? 왜 이렇게 갑자기 몰려 와?"

평범한 무리 하나가 아니라, 대이동이라고 착각할만한 수의 차원종들이 내 쪽으로 몰려오는 게 감지돼 순간 당황했다.

그래도, 수만 많았지 느껴지는 위상력 수준은 높지 않았기에 일격을 날릴 준비를 시작했다.

슈륵-

다리에 실을 천천히 짜내며 감았다. 한층..... 두층..... 내 다리가 수용할 수 있는만큼 실을 응축하고, 짧고 강렬하게 내질렀다.

"극각, 제로."


쿠구우우우우우우우웅!!!!!!

육안으로도 선명하게 보이는 0, 공기의 고리. 순수한 무력의 충격파가 전방을 휩쓸었다.

.......
키에에에에에에!!!!!!

방금의 일격으로 1/3 정도 갈려나갔는데도 기세가 꺾이지 않았는지 차원종들의 진격이 멈추질 않았다. 한번 더 일격을 준비하려는데.....

"...뭔가, 이상한데?"

뭔가 이상한 낌새가 들은 나는 힘을 모으는 걸 잠시 멈추었다.

아무리 기세가 좋아도, 지휘를 받는 경우라고 해도 그런 공격을 받으면 찰나의 망설임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공격을 받았음에도 조금의 망설임 없이 돌진하는 건 어딘가 이상한 현상인데....

조금 기다려보자, 육안으로도 보이기 시작한 차원종들을 관찰해보았다.


두두두두두두두-------!!!

"......겁 먹었어?"

차원종이라 표정을 읽을 수는 없어도 기색으로 전해지는 게 있다.

이것들은 무언가에 겁을 먹었다. 앞에서 쏘아지는 공격에 죽더라도 등 뒤에 있는 무언가의 공포가 더 큰 상태다.

스스슥.....

"응?"

갑자기 내 밑에서 검은 무언가가 얽혀왔다.

"....그림자? 그림자라기엔 느낌이 다른데...."

뭔가 싶어서 눈을 통해 파악하려는 순간,

 



키야야아아아아아아!!!!!


끼이이이이이------!!!!!!!


카햑!! 샤아아아!!!!

 



갑작스러운 차원종들의 울부짖음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눈 앞엔.....

"먹히고, 있어....!?"

나처럼 그림자와 유사한 무언가에 얽힌 차원종들이 닿은 부분부터 먹히고 있었다.

아니.... 먹히고 있는 것이 아니였다. 닿은 부위을 기점으로 몸이 부스러지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모든 것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것처럼.....!

어떤 차원종은 날카로운 이빨로, 어떤 차원종은 예리한 발톱으로, 어떤 차원종은 인간을 뛰어넘는 근력으로 그것에 저항해보았지만, 그 어느 차원종도 그것을 끊어내지 못하고 되려 그걸 시도하느냐 닿은 부분으로 확장되며 더욱 빠르게 잿가루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반항도, 저항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멸(滅). 닭살이 돋아났다.

"...잠깐, 나는!?"

당황하다가 문뜩 그것에 붙들린 내 팔을 내려다 보았다.

파슥.... 파스스.......

차원종들과는 다르게 진행이 느렸지만, 내 팔도 예외없이 조금씩 바스러지며 흩어져가고 있었다.


"염라 모드!!"

다급히 권능의 갑주를 불러 일으켰다.

화르르르륵----!!!!

권능으로 발현된 불꽃이 검은 것을 태우고, 몸을 바스라뜨리는 멸(滅)이 경화로 멈추자, 그제야 재생이 발현되며 몸을 회복시켰다.

불타 끊어진 검은 것은 파악할 새도 없이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조용히, 어둠에 녹아들었다.

".....도대체 뭐가 있는 거야?"

차원종들에게서 느껴진 극명한 공포. 거기에 제대로 파악할 수 조차 없었던 압도적인 멸(滅)의 힘.... 힘도, 그 힘의 주인이 누군지도 전혀 알 수 없지만, 분명 저 너머에 내 상대가 있을 터...

"....가속."


슈우우우우우우우-------!!!!!

가속의 강화를 다리에 두르고, 차원종들이 몰려왔었던 곳으로 향해 가속하였다.

 



******

 



몇 분 달렸을까, 저 멀리서 무언가 다가오는 기척에 모습을 감추고 동향을 살피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악!!!"

멀찍히서 숨이 가쁘도록 달리는 한 남자가 보였다. 당장이라도 숨 넘어갈 것 마냥 안색이 새하얀데도, 남자는 뜀박질을 멈추질 않았다.

"어욹!!"

결국 다리가 풀렸는지 남자는 넘어졌지만, 상처와 흙투성이가 됐음에도 남자는 곧바로 몸을 돌리곤 허공을 향해 애원하기 시작했다.

"ㅅ.....살려줘!! 제발!!! 원하는 걸 모두 주겠네!!! 그러니 목숨만ㅇ.."



퍼썩------



".....거컥."

털썩

남자 앞에 나타난 그림자는 남자의 말을 무시하고 그대로 심장을 뚫어버렸다.

그림자처럼 검게 일렁이며 형태가 불분명한 무언가. 저것이 내 상대란 걸 앎과 동시에, 온몸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차분하게 일렁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형용하기 어려운 깊은 공포감.

태양조차 얼릴 수 있을것만 같은 깊은 한기와 끝없는 어둠에 던져진듯한 깊은 허무감.

한줄기 빛도 허용치 않는, 아니... 빛이 있다 하여도 마지막 빛마저 먹어 재로 만들 것만 같은, 그런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가장 어두운 밤.


그 모든 것을 하나의 형상을로 빚어낸다면 저것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차원종 놈들이 목숨걸고 도망갈만 했네....."

나는 숨죽인 채 중얼거리곤 그것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간파의 능력을 불러일으켰....


"목격자는,"

그림자가 사라짐과 동시에 얼어붙을 것만 같은 한마디가 귓가에 울렸다.

"모두 처단한다."

퍼석

아주 간발, 단 한끗 차로 피한 자리에 있던 나무가 바스러졌다.

남자를 죽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나는 분명 반응하지 못했을 지라. 왜인지 몰라도 놈은 심장에 집착하고 있다.....! 


슈우우우우우----!!!!

피함과 동시에 두른 가속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 탁트힌 억새 풀숲을 등지며, 가장 익숙한 무기를 불러내었다.

"와라, 활...!!"

화륵....!

불꽃과 함께 드러난 활 위로 빛을 머금은 붉은 실들을 시위와 화살로 엮어내 당겼다

"세 번째 활....
돋을볕!!"

쏘아진 수만의 실이 승천하며 한곳에 모여 응집하였다. 실로 이뤄진 작은 태양이 이내 강한 빛과 열을 방출하며 그것이 있던 자리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염라 모드....!"

곧바로 불꽃과 경화의 갑주를 몸에 둘렀다. 저것의 힘이 죄업에 비례해 태우는 불꽃에 반응하는 만큼 상대하기에 좀 더 수월한가 싶었지만....절대 이걸로 끝나지 않았을 거라 판단했다.

"....읏."

피부에 돋아난 닭살을 쓸어내렸다. 시련인 만큼 기존 힘에 해치울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하진 않았지만, 찰나였음에도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공포와 한기. 전력을 쏟아내야 할 상대다....!!

"와라, 폭풍우여....!"


쿠릉..... 쿠르르......!

슈르르르륵-----

비구름과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다리와 주위에 실을 엮어내며 놈이 있는 곳을 주시하였다.



푸화아아악------!!!!!!



그림자 비슷한 무언가가 폭발하듯 치솟아 올랐다. 불꽃과 열에 불타는 듯하더니, 기어코 불꽃을 뚫어내고 태양을 집어삼켰다.



.....



그리고 다시 내린 어둠과 적막......



쏴아아아아아아.......


억새 소리만 무성하게 울리는 와중에, 구름 뒤에 숨어있던 달이 빛을 내리쬐기 시작하였다.

사박-

억새를 짖밟는 소리가 울렸다. 어느새, 그것은 가속하면 한달음에 닿을 곳까지 다가와있었다.

'...그 검은 것은 없는 걸 보니 불꽃이 유효하긴 했나보네.'

다가올수록 사그라져가는 검은 것. 그것이 걷힐수록, 그 아래에 있던 존재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디 그 얼굴 좀 보자고.....
어?"

2009121
 

검은 것이 완전히 걷히자, 후드를 꾹 눌러쓴 옛 제국 군복과 비슷한 의상이 드러났다.

"아니야, 설마.......!!"

달빛에 드러난 후드 아래는, 가면으로 덮혀있었지만.... 너무나도 눈에 익은, 그런 가면. 백정탈.....

"거짓말.... 거짓말....!"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 눈에 익은 것은, 그 자의 손에 들린 세 갈래로 갈라진 독특한 형태의 금빛의 활. 그 활의 주인은 나를 제하면 단 한명만이 사용했던...

"아......아아......!!"

그제야 저자의 제복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기억의 편린 한쪽, 몽환 속에서 반복했던 최악의 가능성. 흉성(凶城)이라 불린 나의 최악의 갑주였으며 동시에, 과거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던, 소문 속의 살수(殺手)의 제복.


늘 항상, 가장 그리워한 남자.


수많은 시민들을 구하며, 그들에게 사랑받으며 그가 상징였던 이매탈, 이매라 불린 남자.


나를 구하기 위해 내가받을 모든 아픔을 대신 짊어지고, 스스로의 모든 것을 걸고 나를 구해준 남자.


허나 유니온의 어두운 이면,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사라진 살수팀, 달그림자의 대장이기도 한 남자.



쩌적..... 쩌억----


후드 밑의 백정탈에 금이 일며 부서졌다.

1769138

 


그 밑엔.... 태양보다도 짙은, 그리운 붉은 눈동자와 머리칼이 드러났다.



나의 형.



나의 하늘님, 나의 클로저....
 

1767822

 

.....비운.


 

최흉의 살수의 모습으로 나타난 형님은, 빛 하나 들지 않는 눈동자로 나를 조용히 주시할 뿐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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