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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슈나이더]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작성일2025.05.23 조회343

작성자애쿼머린

 -힐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네만.

   

 힐데가르트 베이르만은 어느 날 갑자기, 오랜 친구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나.

   

 그 질문의 저의(底意)를 그 당시의 힐데가르트는 절반 정도만 짐작했을 뿐이다. 힐데가르트의 대답은 그렇기 때문에 다소 평이했다. 힐데가르트 기관의 우수한 자문 요원, 나의 오랜 전우, 라나를 유일하게 추억할 수 있는 친우 등등.

   

 라나의 이름이 나오자 레온의 표정이 조금 미묘해졌다. 그 표정을 보니 힐데가르트는 다소 뜬금없다고 여긴 질문을 레온이 왜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말했는지 깨달았다.

   

 힐데가르트의 짐작이 맞았다는 걸 증명하듯, 레온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질문을 다소 바꿔보겠네.

   

 안타깝게도.

   

 -나는 어떤 아버지였던가, 힐다.

   

 그건 힐데가르트가 정확하게 해줄 수 없는 대답이었다.

   

   

   

   

   

 레온 슈나이더는 현 인류를 통틀어 가장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지식을 습득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을 넘어, 응용까지 할 수 있었다. 그는 매우 신중한 사람이었기에 미지의 영역에 대한 섣부른 추측을 꺼려한 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경험이라는 것도 같이 쌓여, 그 사이의 공백을 촘촘하게 매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중년의 레온부터 보아온 주위 사람들은 가끔씩 무심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레온의 말이 무섭다고 했다. 레온은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놀라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삶의 결과물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그런 반응을 보이는 이들을 격려해주었다.

   

 -난 단지 자네들보다 오래 살았을 뿐이네. 그러니 자네들도 충분히 가능하지.

 -저희는 교수님처럼 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아직 대학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오래도록 자신의 조교 역할을 하던 이의 불만 섞인 투덜거림이었다. 그건 흡사 범인(凡人)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본인 스스로가 먼저 단정을 짓고 있는 것 같았다. 레온에게 부러움을 가지고는 있지만 결코 레온이 가진 것을 질투하지는 않았다. 그저 그들 나름대로 경의를 표할 뿐이었다.

   

 반대로 젊은 시절의 레온을 보았던 이들은 레온을 다소 평범하게 대우하고 있었다.

   

 -집에 좀 들어가지 그런가.

   

 동료 교수가 어느 날 갑자기 레온의 연구실로 쳐들어가서 대뜸 꺼낸 말이었다. 이에 무수하게 쌓인 책들 사이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레온은 덤덤하게 말했다.

   

 -집에 가려면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돌아가야 하네만.

 -그러고 보니 아직 독일에 있는 집을 처분하지 않았다고 했던가?

   

 동료 교수는 레온이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살 집을 따로 구하지 않았단 것을 기억해냈다. 교수가 되는 조건으로 이 대학 내에서 가장 넓은 연구실을 배정받았다고 했다. 그렇게까지 연구실이 클 필요가 있냐는 동료 교수의 질문에 레온은 ‘잠을 자야하니까’ 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 대학의 교수직을 수락한 것도 이 대학이 스카우트 제의가 온 대학들 중에서 가장 큰 연구실을 주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간혹 호텔방을 잡아서 자는 것 같기도 했지만 레온은 저 말대로 자신의 연구실에서 대부분의 숙식을 챙겼다.

   

 아직도 집을 안 구했냐는 핀잔처럼 들렸는지 레온이 아주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어쩌다 보니 시간이 없어서 말이네.

   

 동료 교수는 레온의 저 말이 거짓임을 바로 알아차렸다. 시간이 없었다는 건 레온의 다소 서투른 거짓말이었다. 동료 교수는 그가 아내의 죽음 이후로 얼마나 오랫동안 공백기를 가졌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백기 동안 독일에 쳐 박혀있었다는 것까지.

   

 평소의 레온이라면 여기까지만 말하고 말았을 테지만, 이날따라 레온은 아직 자신이 독일의 집을 처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이유를 말해주었다.

   

 -언제까지 미국에서만 지낼 순 없지 않은가.

 -……돌아갈 생각이었나?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노후 계획이지.

   

 동료 교수는 그날따라 레온에게서 듣지 못했던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여생은 아무래도 태어난 나라에서 평범하게 지내고 싶다는 걸 의미하는 걸까. 동료 교수는 레온의 또 다른 사실을 하나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아들이 독일에 있다고 했었던가?

 -모르네.

 -자기 아들 안부를 모르는 아버지가 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그러나?

 -여기 있으니 비꼬는 건 그만하게나.

   

 레온은 조금 뾰루퉁한 얼굴이었다.

   

 -클로저가 되었어. 그래서 여러 나라를 전전하게 되었네.

 -아.

 -그래도 메일이라도 남겨주면 확인해볼 텐데, 그래주지도 않아. 못난 아들 녀석.

   

 동료 교수만의 착각이었을까? 자신의 아들을 험담하는 단어 선택과 달리 그의 목소리에서는 아주 조금의 온기가 느껴졌다.

   

 -오늘 자네에 대해 많은 걸 알았군.

   

 동료 교수는 비슷한 나이대지만 대단하기만 하던 친구의 모르는 면을 알게 되어 조금 들뜬 기분이었다. 다만 이런 상대방의 반응을 레온은 부정적으로 인식한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변명하는 듯 말을 꺼내지도 않을 테니.

   

 -나도 나이를 먹으니 하소연이 많아지나 보군. 원래라면 안 그랬을 텐데.

 -왜 그리 자책을 하나? 원래 사람은 그럴 수도 있는 법이라네.

 -그런, 건가?

 -그런 거라네. 그러니 나중에 또 한 번 진솔한 대화 좀 나눠보도록 하지.

   

 그렇게 레온의 연구실에서 나가려던 그를 레온이 붙잡았다.

   

 -존, 자네에게 질문이 있네.

 -내 이름은 존이 아니야, 이 사람아.

 -자네가 보기엔 나는 어떤 사람인가?

   

 뻔뻔하게 자기 할 말만을 해대는 걸 보니 평소의 레온으로 되돌아간 거 같았다. 동료 교수는 한숨을 쉬면서 차분하게 답을 해주었다.

   

 -대외적으로는 아주 성공한 사람의 표본이지. 자네 하나만을 보고 이 학교에 진학하는 미래의 고고학자들이 얼마나 되는 줄 아나? 또 자네가 학계에 남긴 그 수많은 논문들 하고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네를 그런 식으로 볼 거야.

 -자네의 말대로라면 나는 고고학자로서는 성공한 사람이라는 거군.

 -하지만 자네가 듣고 싶은 대답은 이런 판에 박힌 대답은 아니겠지?

   

 어떻게 알았을까. 레온은 살짝 동요했다.

   

 사실 레온은 이런 질문을 최근 들어 자신을 알고 지내는 이들에게 전부 물어보고 다녔다. 그리고 이날까지 모든 사람들은 다 레온을 좋게만 평가했다. 그러면서 성공했다는 수식어를 가장 많이 들었던 거 같다.

   

 오늘에서야 전혀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레온을 아주 오랫동안 사적으로도 조금씩 교류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말이다.

   

 동료 교수는 가차 없이 입을 열었다.

   

 -자네는 결코 좋은 아버지는 아니야.

 -…….

 -좋은 남편이었던 것까지는 가늠할 수 없겠군. 하지만 앞으로의 노후 계획을 생각하고 있다면, 자네는 어떤 남편이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아버지라는 게 더 중요한 거 아니겠는가?

 -…….

 -당장 지금 수화기 들어서 아들에게 전화를 걸게. 자네 아들이 안 받는다고 해도 상관없어. 다만 자네가 자네의 아들을 생각을 하고 있다는 그것만을 전달해주는 게 더 중요하니까!

   

 레온은 그제야 저 동료 교수의 주(主) 전공이 심리학이었다는 걸 슬며시 자각했다.

   

 동료 교수가 나가고 나서도 레온은 한참이나 고민했다. 몇 번이나 수화기를 들었다 놓았는지 모른다. 이윽고 마음을 다 잡고 수화기를 집어 들었을 때, 한 가지 간과하고 있던 게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주니어의 번호는 그대로일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레온은 천천히 자신이 알고 있는 번호를 눌러보았다.

   

 그리고 들렸던 건.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무미건조한 안내 음성이었다.

   

 그리고 레온은 비로소 자신이 그토록 두려워해, 확인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때로 다시, 되돌아가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힐데가르트 기관의 자문 요원으로 들어가니 볼프강의 소식을 귀동냥으로나마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힐데가르트는 꼬박꼬박 볼프강의 소식을 묻는 레온에게 이리 말한 적도 있었다.

   

 -그러면 직접 만나보지 그런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는 데 무슨 마음의 준비까지 필요한 걸까. 힐데가르트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만약에 볼프강이 마음을 고쳐먹고(?) 고고학에 입문해서 그에 대한 상담을 당장에라도 와서 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기겁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 맞아. 잠깐 며칠 동안 독일에 다녀오겠네.

 -독일? 왜 갑자기…… 아, 그렇군.

   

 힐데가르트는 곧 라나의 기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기억했다. 볼프강은 모를 테지만 레온은 라나의 기일마다 독일에서 며칠씩 머물렀다. 볼프강 본인은 클로저가 된 이후로 단 한 번도 자신의 고향집으로 가지 않아 레온이 거기에 정기적으로 상주하고 있다는 걸 몰랐던 사실이었겠지만.

   

 -며칠로는 부족하지. 이번만큼은 느긋하게 기간을 길게 잡아서 다녀오지 그런가?

 -……이 늙은이를 그렇게 부려 먹어서 안달이었던 같은데, 왜 갑자기?

 -혹시 모르지 않나? 볼프강 슈나이더 요원이 올해는 잠깐 들를지.

 -……!

   

 레온의 몸이 순간 움찔거렸다.

   

 -……그래서인 거야.

 -그래서라니?

 -그럴까봐 일부러 잠깐 들렀다 가는 거라네.

 -……하여튼.

   

 힐데가르트는 이번에는 진짜로 혀를 찼다. 자신의 고용주가 못마땅한 기색을 보이자 레온도 적잖이 언짢은 듯 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피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그렇기는 하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를…….

 -내가 지금 그 말만을 몇 년 동안 들었다고 생각하나?

   

 격식 있는 힐데가르트의 반박에 레온은 곧장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더 대꾸했다가는 이것보다 더 안 좋은 소리를 들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쓸데없었던 회피였을 뿐이었지…….’

   

 「관측」 을 할 수 있게 된 후로 레온은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온힘을 다해 볼프강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피한다 한들, 어차피 볼프강과 레온은 다시 재회를 할 수밖에 없었다.

   

 「관측」 이 그 모든 것을 정했더랬다. 오히려 볼프강과 레온의 재회 날이 가까워질수록 조급해졌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힐데가르트였다.

   

 -괜찮나, 교수?

 -뭐가 말이지?

 -자네의 아들을 조만간 만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게, 정말 기대되는군. 못 만난 지 너무 오래 되어서…….

   

 힐데가르트는 순수하게 아들과의 재회의 기쁨만을 만끽하는 레온이 낯설었다. 물론 언제까지 남보다 못한 부자(父子) 사이로 지내서는 안 된다고 다그치기는 했지만…….

   

 그건 라나의 죽음을 극복해야한다는 의미였지, 라나의 죽음을 통째로 잊어버려도 된다는 소리가 절대 아니었다.

   

 라나의 죽음이 레온에게 있어서 얼마나 커다란 충격이었는지 힐데가르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관측」 을 좀 더 하기 위해 정신의 역사를 바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을 때. 최대한 ‘현재의 레온 슈나이더’ 가 유지되기 위해서 라나 슈나이더의 기억을 바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을 때.

   

 어쩌면 레온은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했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반평생을 따라다니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서……!

   

 ……물론 이런 힐데가르트의 비약은 그저 비약일 뿐이라는 게 곧 드러났지만.

   

 어려진 레온은 힐데가르트에게 자신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물었다. 힐데가르트의 대답을 듣던 레온은 스스로 그 다음 질문을 해댔다.

   

 -나는 어떤 아버지였던가, 힐다?

 -…….

   

 말문이 턱- 하고 막힌 힐데가르트를 보며 레온은 분위기에 맞지 않게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 있었던 일이라네. 미국에서 재직하던 어느 날, 동료 교수가 나에게 일침을 가했지. 아들한테서 먼저 연락이 오길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연락을 하라고.

 -…….

 -그 이야기가 왜 갑자기 나왔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네. 애초에 이해도 되지 않았지. 나는 왜 주니어와 사이가 멀어져 있던 걸까? 왜 나는 주니어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것에 그토록 두려움을 느끼고 있던 걸까?

 -…….

 -예전의 나라면 알고 있었겠지만 지금의 난…… 아무것도 모르겠네.

   

 그 모르겠다는 부분은 아마도 라나와 관련된 기억일 것이다. 아내에 대한 기억을 바친 레온 슈나이더는 겉으로 보기엔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성공한 고고학자로서의 삶. 그 삶에 어디 하나 더러워진 것이 전혀 없을 터인데.

   

 레온이 두 팔을 크게 펼쳤다.

   

 -자, 그럼 이제 충분히 대답할 수 있겠나?

   

 나는 그 아이에게, 주니어에게 어떤 아버지일 거 같나?

   

 여전히 어떤 대답도 하지 않는 힐데가르트를 보면서 레온은 바로 답을 추론할 수 있었다. 이건 「관측」 의 힘이 아니었다. 경험이 자연스럽게 쌓였던 레온 스스로의 능력이었다.

   

 자신은 예나 지금이나 그 아이에게 있어서 최악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도 예상하고 있었다.

   

   

   

   

   

 이제 그 아이에게 유일하게 속죄할 수 있는 방법이란, 그 아이가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뿐이겠지.

   

 그러면 우선 <검은책>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해야겠지. 그런 다음 적어도 그 아이가 행복한 삶을 충분히 영위했다고 생각될 정도의 세월만큼만 종말에서 멀어지게 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전히 「관측」 의 힘이 필요하다.

   

 ……만일을 대비해 최악의 수도 생각해 두는 게 좋겠지.

   

 뜻하지 않게 「관측」 을 수많이 해야 할 때, 나는 ‘볼프강 슈나이더에 대한 기억’을 바치지 않을 수 있을까?

   

 없다, 그건 불가능하겠지.

   

 그렇게 된다면 세간에 알려진 ‘고고학자로서의 레온 슈나이더’ 만이 남게 되겠지. 뭐, 몸은 이상할 정도로 어린 상태이지만.

   

 아무튼 그런 상태의 나는 주니어와 다시 재회하게 된다면, 나는 아주 당연하게 주니어에게 더할 나위 없는 상처를 줄 것이다.

   

 그 상태의 나는 젊은 시절의 나와 비슷하게 생겼고, 심지어 성(姓)도 나와 같은 주니어에게 흥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사람은 자신과 공통점이 있을수록 흥미를 가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 상태의 내가 ‘나도 결혼을 했더라면 자네와 같은 아들이 있을지도 모르네.’ 라는 말을 쉽게 꺼낼 지도 모른다.

   

 이런, 정말로 끔찍하군.

   

 ……다시 생각을 정리하자.

   

 주니어는 고고학자로서의 나를 아주 싫어한다. 이것 하나만은 아주 정확하게 나도 알고 있는 볼프강 슈나이더의 관점에서의 지식이다.

   

 그렇다고 주니어에 대한 기억만 끝까지 남기다가, 아무런 능력도 없이 그저 아들만을 과보호하게 될 수도 있는 철없는 아버지로도 남는 것은 싫다.

   

 어느 쪽을 택하든 그 아이에게 좋은 선택은 아니다.

   

 그럼에도 선택해야할 순간이 온다면.

   

 ……아예 다른 타인에서 시작해서 친밀한 관계가 될 수 있으니까. 어쩌면 정말로 아버지와 아들 같은 관계가 다시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 해당 글은 순교자의 언덕 후반에서 '레온이 볼프강의 기억만으로 충분히 관측값을 치룰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유니온 측에는 여전히 유능한 레온 슈나이더가 남을 수는 있겠지만, 그건 또 다른 의미로 볼프강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그리고 레온이 이런 고민을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안하지는 않았을 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떄문에 아버지가 아닌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수 십 번이나 생각하고 결론을 내렸겠죠. 아버지가 아닌 자신도 볼프강에게는 최선은 아닌 최악이겠지만, 아버지였어도 볼프강에게 항상 최선을 준 건 아니라는 아이러니함이 참... 그럼에도 아버지가 아닌 자신이어도 볼프강과 이어질 수도 있다는 해답을 내린 후 아마 순교자의 언덕 후반부에 볼프강 슈나이더의 기억을 바치겠다고 한 것일테죠. 물론 본편 결말은...(이하생략)

+++ 개인적으로 모브 캐릭터와 주조연 캐릭터의 케미를 쓰는 걸 참 좋아합니다. 이런 경우 이름을 열과 성을 다해 짓지 않는 이유는 제 나름대로의 개연성을 잇게 하기 위해 임의로 만들어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동료 교수님 이름은 실제로 '존'은 아니겠죠. 다만 여기서는 '존' 정도의 가명 같은 느낌이 딱 적당할 뿐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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