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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RSE]7 작성일2025.12.30 조회486

작성자Tyroth

송하린과의 어색한 첫 인사가 끝나고, 우리는 각자의 짐을 풀었다.

 

솔직히, 송하린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었다.

 

전생의 기억은 파편처럼 흩어져 있었고, 지금의 송하린은 그저 순진한 소녀처럼 보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벌쳐스라는 단어와 연결되는 이 엑스트라의 존재가 묘한 기시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바꿀 수 있는 미래의 첫걸음이 될 수도 있겠지.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정도로 멍청한 여자는 아니야.

 

​다음 날, 유니온 아카데미의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10년의 공백 때문인지, 나는 살짝 긴장한 채 강의실로 향했다.

 

상급과정 1학년. 나이는 26살이지만 정신은 14살이라니, 사실 그보다 더 많긴 하지만...

 

이런 이질적인 상황 자체가 꽤나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대부분 나처럼 앳된 얼굴들이었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클로저'라는 꿈을 향한 열정이 가득했다.

 

열정과 꿈만으로 모든걸 할 수 있다고 믿는게 멍청하고 미련해보이지만, 부럽기도 했다.

 

내가 전생에 이들을 얼마나 많이 이용하고, 때로는 깔아뭉갰는지 생각하니, 피식 쓴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 이번에는...

 

​빈자리를 찾아 앉자마자, 한 남학생이 나를 흘끗 보더니 귓속말을 주고받는 소리가 들렸다.

 

'새로운 애인가 봐', '어쩐지 좀 차갑게 생겼네.' 뭐, 상관없다.

 

어차피 난 누구와 친해질 생각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했으니까.

 

필요하면 언제든 만들 수 있진 않을까?

 

​잠시 후, 덩치 큰 남자 교수가 들어와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자, 모두 조용! 오늘부터 너희들을 가르칠 '알파' 팀 출신, 강대진 교수다!

 

오늘은 첫 시간인 만큼, '위상력'의 기초 이론과 역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위상력의 기초 이론과 역사'라... 솔직히 말해서, 전생의 나는 이런 지루한 이론 같은 건 관심도 없었다.

 

그저 '능력'이라는 결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했지.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목소리'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벌쳐스에 복수하기 위해, 나는 모든 것을 알아야 했다.

 

목적이 이끄는 삶이랄까.

 

​강 교수는 칠판에 복잡한 도표들을 그려가며 위상력의 원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위상력의 발생 기원, 차원문과 차원종의 연관성, 그리고 클로저들의 위상력 운용 방식까지.

 

그의 설명은 쉽고 명확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알려고 하지 않았던 깊이 있는 지식들이 머릿속으로 쏙쏙 들어왔다.

 

 

​"위상력은 단순히 힘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언어와 같다.

 

너희들이 이 언어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너희의 잠재력은 무한히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언어라,. 맘바가 생각난다. 이번생에도 만날진 모르겠지만 조금만 덜 굴려야지.

 

 

​강 교수의 말에 나는 저절로 손에 쥐고 있던 펜을 움직였다.

 

복잡한 도표를 빠르게 노트에 옮겨 적고, 그의 설명을 놓치지 않으려 귀를 기울였다.

 

전생에 내가 그렇게도 증오했던 '클로저'들이 사용하는 힘. 그 원리를 알아가는 과정이 이렇게 흥미진진할 줄이야.

 

 

​내 능력은 시간 동결, 결계, 물질 변환, 신체 강화, 재생, 위상력 치환.

 

이전에는 그저 '어쩌다 보니' 갖게 된 능력이라 생각했지만,

 

교수의 설명을 들으니 내 능력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어렴풋이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특히 **'위상력 치환'**에 대한 설명이 나왔을 때,

 

내 심장은 더욱 격렬하게 뛰었다. 위상력을 다른 형태로 변환하거나 흡수하는 능력. 이걸 잘만 활용한다면,

 

'목소리'가 주는 고통을 막는 데도, 심지어 그 '목소리' 자체를 역이용하는 데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그놈의 목소리,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내 생각에 직접 침투했던 만큼,

 

어쩌면 이 생각까지 읽을지 모르니 경계해야만 한다.

그나저나...

 

​내가 이렇게 '공부'라는 것에 재미를 느낄 줄이야.

 

​피식,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과거의 나는 이런 '쓸데없는' 지식보다 실질적인 힘과 결과만을 추구했다.

 

내게 지식은 언제나 수단이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모든 이론들이 마치 잘 짜인 퍼즐 조각처럼 내 머릿속에서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가진 힘의 근원을 깊이 이해하고, 그것을 제어하며, 심지어 더 강력하게 만드는 방법까지.

 

​그래, 이거다. '목소리'가 강해지라고 했지. 그럼 난 세상에서 가장 강해질 거야.

 

그들이 말하는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서, 나의 삶을 위해서.

 

 

​수업이 끝나자, 나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노트 필기를 마저 하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옆자리에 앉았던 학생이 나를 보며 말을 걸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지식, 그리고 새로운 힘.

 

이 모든 것이 내게 '존재의 이유'를 다시금 던져주는 듯했다.

 

왠지 모를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왜저러지?.. 내가 말걸어서 그런가??'

 

이름모를 소년만 그녀 곁에서 머쓱하게 있다가 지나갈 뿐인 이야기였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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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yroth

    (격주연재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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