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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파이] 동일 전과 작성일2026.07.11 조회848

작성자애쿼머린

※ 모아 백야의 요새 스토리 스포일러 有

 






 

 

 

 

 ‘세트는…… 아직 자고 있군.’

   

 극권의 암살자를 만나고 온 뒤로 파이는 습관적으로 요새 안을 간략하게 점검하였다.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무슨 변고라도 벌어졌을지도 모르기에 생긴 버릇이다. 이 말은 즉, 파이는 남극에 온 뒤로 상시 긴장 상태라는 소리였다. 볼프강이 없는 지금 같이 온 사냥터지기 팀의 2분대이자 자신의 제자인 세트를 통솔하고 지켜야 하는 의무를 가진 선생님은 파이 자기 혼자뿐이었으니까.

   

 문득 볼프강이 생각났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제자에 대한 걱정을 했는데 그것이 왜 볼프강에 대한 걱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는 차치하고……. 아무튼 처음 볼프강의 변고를 들었을 때 적지 않게 당황했다. 긴급 연락선을 통해 볼프강의 상태를 설명해주던 김재리에게, 파이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지 재차 물어봤을 정도였다.

   

 -재리, 방금 뭐라고?

 -볼프가… 마신 안나라고 본인을 칭하는 존재에게 ‘정지’당해버렸어요……!

   

 정지. 재리의 설명에 파이는 자신의 능력을 같이 떠올렸다. 시간 정지의 능력. 그 말인 즉, 볼프강을 ‘정지’시킨 자는 자신과 비슷한 계열의 위상력을 가진 차원종이라는 걸까? 그렇다고 한다면 자신이 볼프강의 ‘정지’를 풀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한다면 역시 남극을 떠나 독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마침 통솔자격인 볼프강의 부재로 인해 루나와 소마가 걱정도 되는 참이었다. 그렇게 독일로 가길 원하고 이에 대한 승인을 부탁한다는 연락을 총장에게 보내고, 답신을 기다리고 있자니 또 다른 경악할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볼프강을 ‘정지’시킨 원흉이 여기 남극으로 향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사냥터지기 팀의 임시 클로저가 된 아이와 함께 말이다.

   

 그러고 보니 사냥터지기 팀의 임시 클로저, 모아가 요새를 정찰하는 도중 그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파이는 불길한 생각에 요새 밖으로 뛰쳐나갔다. 현재 남극은 백야가 한창인 상태였다. 그렇기에 지금 시각으로는 밤이었지만 바깥은 여전히 환한 대낮처럼 밝았다. 하지만 낮이라고 한다고 한들 이곳은 남극,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다. 모아와 같이 수행한 작전 때에 매섭게 휘몰아치던 눈보라는 잠시 그친 듯 보였으나, 그럼에도 지리도 모르는 사람이 혼자 바깥을 돌아다니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다행히도 파이는 요새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모아를 발견할 수 있었다.

   

 파이가 모아를 발견한 것과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파이를 발견한 모아가 엄청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여길 찾아온 거지?! 하는 듯한 얼굴.

   

 “파이……?”

 “모아 양,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 거죠?”

 “그, 그게……!”

   

 모아는 우물쭈물거리며 파이와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였다. 마치 잔뜩 혼이 날 것 같아 주눅 든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내가 그렇게 엄하게만 보였나? 싶은 파이였다.

   

 “모아 양, 혼자 돌아다니는 건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죄, 죄송해요. 그런데 너무 갑갑해서…….”

   

 갑갑하다. 단순히 날씨로 인해 실내에서만 지내는 것이 답답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아의 저 갑갑하다는 표현은 아마 육체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것에 더 원인이 있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볼프강을 정지시킨 원흉은 마신 안나라고 하는 존재이지만, 여기에는 숨은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마신 안나는 모아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것처럼 행동을 했고, 모아를 지키기 위해 볼프강이 마신 안나의 앞을 가로막았고, 마신 안나의 능력에 의해 그대로 정지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걸 눈앞에서 지켜본 모아는, 볼프강이 그렇게 된 데에는 자신의 지분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터였다. 눈보라 속으로 사라진 마신을 추적하기 어려운 이 상황이 실로 답답하게만 느껴질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볼프강의 정지 상태에 대한 원인을 마신 안나의 탓으로 온전히 돌릴 수 있을 터였지만, 모아는 그러지 않았다. 작전 일지 속에서의 모아는 볼프강이 그렇게 된 데에 자신의 책임이 분명히 있다고 하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오도 무시무시했다. 마신은 그런 점을 이용해 모아를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계속 데려가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모아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신이 다 감내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볼프강을 원래대로 되돌려놓기 위해서는.

   

 파이는 이렇게 올곧은 인간을 싫어하지 않았다. 도리어 무한정의 신뢰를 보내는 편이었다. 다만 그 인간이 이전에는 군주였던 존재인 게 문제였다. 그렇기에 파이 본인의 스타일과는 전혀 안 맞았지만 모아를 약간 경계하면서 보는 시각을 가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필 이때까지 자신들이 만난 군주란 자들은 모두 의중을 알 수 없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아가 내비친 결의의 이면에 숨겨진 죄책감에 대해서는 파이 본인도 이해가 가기에, 파이는 모아를 우선적으로 달래기로 했다.

   

 “모아 양의 심정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때까지 제대로 쉬질 못하셨잖아요? 그러니 요새로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도록 하시죠.”

 “그, 그치만……!”

 “휴식도 엄연한 임무입니다. 그리고 마신 안나가 극권의 암살자에게 접근하면 설치해둔 기기를 통해 신호가 저희에게 올 겁니다. 언제 신호가 울릴지 모를 상황에서, 그렇게 계속해서 긴장 상태에 놓이면 나중에, 아주 중요한 때에 모아 양의 몸 상태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으으…… 하나하나 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서 뭐라고 반박도 못 하겠어요…….”

   

 모아는 천천히 파이 쪽으로 걸어왔다. 그 행동은 혼자 마신 안나를 찾아가려는 등의 무단이탈을 관둔 것으로 보였다. 같이 요새로 돌아오면서 모아가 파이에게 거의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파이, 하나 물어봐도 되나요?

 “네, 무엇이죠?”

   

 친절한 파이의 반응에 모아는 아까는 기세에 짓눌려 바로 물어보지 못했던 것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까 전 파이가 말했잖아요. 제 심정 이해한다고요.”

 “그랬지요.”

 “그럼 이 술렁대는 마음을 어떻게 달랠 수 있는지 알려줄 수 있나요? 아직, 마음이 영 싱숭생숭해가지고.”

   

 모아의 요청에 파이가 잠깐 침묵했다. 사람의 감정과 생각은 항상 똑같지는 않기에. 비슷한 결은 있어도 모든 것들이 똑같을 수는 없었다. 파이는 이런 두루뭉술한 것에 대한 설명만은 서툰 편이었다. 예전보다는 익숙해졌다고 해도 파이 본인이 느끼기엔 아직 한참 미숙하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침묵을 계속 유지하는 것보단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모아에게 더 나을 것이라 판단하여 파이는 일단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건 뭐라고 제대로 설명하기에는 벅찬데……. 그저 믿으면 됩니다.”

 “믿는다고요? 무엇을요?”

 “선배를요.”

   

 모아의 안 그래도 커다란 눈망울이 더욱 커졌다. 파이의 말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볼프강을 믿으라니? 혹시 볼프강은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스스로 ‘정지’ 능력 같은 것에 대한 내성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풀린다는 소리인가? 아니면 마신 안나가 설명했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거라는 걸 믿으라는 건가? 그렇게 된다면 두 가지 경우 모두 모아가 직접 나설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된다. 그러면 모아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면서 괜히 일만 벌린 셈이 되었던 것이 되니……. 만약 진실로 그 두 가지 경우 중 하나라도 해당이 된다면, 모아는 또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자존감의 구멍 속으로 숨어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파이가 말하는 볼프강을 믿으라는 건 모아가 생각하고 있는 최악과 차악, 두 가지 경우에 모두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거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할 수밖에. 마침 직전 모아에게 단단히 휴식을 취하라고 권하던 참이니, 쉬는 시간에 오디오 정도로 차분히 설명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었다. 파이는 공용 휴게소로 모아를 데리고 왔다. 휴게소 안에는 과자며 음료 등 먹을 것들과 간이침대가 있었다. 파이는 간이침대를 의자 삼아 앉아서 휴게소의 이곳저곳을 훑어보는 모아에게 따뜻한 차를 내어주었다. 따뜻한 차를 마시니 모아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아무리 위상능력자라고 한들 인간은 추운 곳에 오래도록 있으면 안 되었다. 따뜻한 차 한 모금이 장시간 바깥에 있던 모아의 몸을 녹여준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긴장도 풀렸으리라.

   

 파이는 그걸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도 되는 신호로 보았다. 파이도 모아를 따라 차를 홀짝이면서 말을 마저 이어나갔다.

   

 “그럼 쉬는 김에 제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요?”

 “네, 네!”

 “그리 긴장할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 듣고 나면 조금 허망할 수도 있어요.”

   

 파이가 멋쩍은 듯이 웃었다. 

   

 “우선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 사검이 어떠한 ‘무기’인지는 아실 겁니다.”

 “극권의 군주의 수염 한 가닥…….”

   

 모아도 극권의 군주를 알고 있었다. 작전 일지를 통해서 얻게 된 지식이 아니라 군주였던 시절, 군주들끼리의 회의 자리에서 귀동냥으로 들었던 소문으로 말이다. 극권의 군주에 대한 소문은 모아에게 있어 하나같이 다 무시무시해서, 절대 마주쳐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다짐할 정도였다.

   

 “그렇습니다. 이 사검은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이 사검을 통해 투영되는 극권의 군주, 본연의 의식에 더 가깝겠습니다만.”

   

 모아는 파이의 설명에 사검을 잔뜩 긴장한 채로 노려보았다. 혹시 엿듣고 있을까봐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파이는 지금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니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요지는 그것보단 이것에 더 가까웠다.

   

 “이 사검은 의지를 가지고 자기 멋대로 힘을 사용한다는 것이 중요한 지점입니다.”

   

 자신의 의지를 가진 무기. 이건 무기와 무기를 쓰는 자의 상성이 어떠냐에 따라 최상일수도 최악일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파이와 극권의 군주는 굳이 따지자면 후자의 케이스였다. 동생을 인질로 잡고서 자신의 육체를 탐하는 자에게 좋다고 달려다는 건 전등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이나 다름없는 행동이기에.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항상 사검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제멋대로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극권의 군주, 그 자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성향이 무심하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무조건 빠지지 않고 참견을 해댔다. 그런데 군주라고 하는 존재는 늘 제멋대로이기에, 인간의 시선에서는 ‘군주가 개입하는 순간’을 정확히 짚어내기는 어려운 법이었다.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통해 유추하는 것까지는 가능하나, 항상 정확할 수는 없었다. 이런 정보 불균형에 의해 파이는 정말로 큰일날 뻔했던 일에 대해 회상했다.

   

 “이 사검의 힘에 의해 저도 선배를 위험에 빠뜨린 적이 있습니다.”

 “위험에 빠져요?”

 “선배를 얼려버렸어요.”

   

 파이는 모아에게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사검이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기 시작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사검이 자신을 시험하려 들었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참사라고만 이해해 달라고 했다. 아직 솔로몬에 대해서는 밝히는 것이 낫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모아는 그 군주라면 그러고 남을 거예요…… 라며 바로 납득을 해주었다.

   

 그때의 사냥터지기 성은 마치…… 지금의 남극과 같았다. 극권이 바로 옆에서 숨을 쉬는 것처럼.

   

 “말하고 보니 현재 선배의 상태와 비슷하군요. 의외로 저와 모아 양은 선배를 얼려버리든 정지시켰든, 선배를 행동불능 상태로 만든 같은 전과(前科)를 가진 셈이네요.”

 “으으…….”

 “모아 양의 죄책감을 증폭시키기 위해 꺼낸 말은 아니에요. 너무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파이가 바로 손사래를 쳤다.

   

 “아무튼 그때의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전 사검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였고 포기도 할 수 없었죠. 포기를 하려고 하면 사검에 깃든 의지가 저를 제외한 제 주변의 모든 것들을 얼려버렸으니까요.”

 “그래서 볼프강 선생님을 얼려버렸다고 한 거군요.”

 “물론 제 의지로 가끔씩 선배를 얼리기도 합니다만.”

   

 이 말은 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갔다. 파이는 선배의 평소 행실을 보면 가끔씩 참을 수 없을 때가 있어서……! 투덜거렸다. 그러다 아차 싶었는지 파이는 헛기침을 여러 번 해댔다.

   

 “큼큼!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가 제어하지 못한 힘에 압도당하는 무력감이겠지요.”

 “맞아요! 저도 그 무력감이란 게 엄청 커서! 뭐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요!”

   

 모아는 이제야 본론이 나와서 기쁜지 이전과 다른 반응으로 파이의 말에 격하게 동의했다.

   

 “그래서 파이는 어떻게 이겨냈어요?”

 “저 같은 경우는 해법은 간단했습니다. 사검의 시험, 정확히는 그 군주의 시험을 통과한다. 그것이 전부였죠.”

 “되게 밥 아저씨같이 말씀하시네요…….”

   

 이것이 재능의 차이의 영역!? 나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너무 눈이 부셔……!

   

 또 자기 혼자 땅을 파고 있는 모아와 달리 파이는 다른 것에 신경 쓰는 것 같았다.

   

 “밥 아저씨? 그분은 또 누구십니까?”

 “있, 있어요, 그런 분…….”

   

 모아 양, 하면서 파이가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모아를 따뜻하게 불렀다. 파이는 아마 아직은 미숙하다고 생각하면서, 파이와 같은 경우로 잘 풀릴 거라는 자신감이 없는 모아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말이 파이의 입에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해법은 간단하지만 그 경지에 도달하는 건 무척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파이는 해냈잖아요? 제가 만난 볼프강 선생님은 얼어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맞습니다. 시험을 통과한 이후 몸이 자유로워진 선배를 찾아가서 사과했습니다. 제 미숙한 실력으로 선배를 위험에 빠지게 했기에.”

   

 파이가 미숙해요……? 파이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요? 엄청 강하던데! 파이는 얼굴에 생각이 다 표시가 나는 모아를 잔잔하게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볼프강이 한창 잔소리를 하던 것이 있었다. 얼굴 표정 좀 잘 숨겨, 애들이 알아차리잖아, 라면서. 볼프강이 그때의 자신을 바라보던 느낌은 아마 이런 느낌이었을까. 괜히 핀잔을 주는 것이 아닌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일까.

   

 자연스럽게 그 시절의 볼프강을 생각하고 나니, 현재 볼프강이 겪고 있는 위기도 같이 떠올라 마음이 쓰라렸다.

   

 “그런데도 선배는 저를 책망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얼음 상태에서 해제되었으니 그만인 거 아니냐면서.”

 “볼프강 선생님, 여러모로 범상치 않네요.”

 “그러니 모아 양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선배는 꼭 돌아올 거고, 그 일에 대한 책망을 모아 양에게도 하지 않을 테니까요.”

   

 아, 그게 볼프강 선생님을 믿으라는 말의 진실이군요! 모아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파이도 모아를 따라 같이 웃었다.

   

 “제 이야기, 도움이 되었을까요?”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은 모르겠지만, 볼프강 선생님을 믿고 제가 열심히 한다면 된다는 건 알겠어요.”

 “맞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게다가……. 모아는 아직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았다. 파이가 차분하게 기다려주니 모아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

   

 “그, 그리고 파이랑 조금은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말입니까?”

 “볼프강 선생님과 관련된 공통된 전과를…… 가지고 있다는 게. 이, 인간은 공통점이 있으면 더욱 빨리 친해질 수 있다고 들었는데.”

   

 예상치 못한 맹점에 이번에는 파이가 놀라버리고 말았다. 모아는 또 자신이 이상한 소리를 한 건 아닌지 파이의 잘못을 따지려는 건 아니고……! 그렇게 따지면 제 잘못이 아직은 훨씬 더 크니까……! 라면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당황해하는 모아의 앞에서, 파이는 처음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괜한 오해를 할 수도 있는 이 상황을 바로 정정했다.

   

 “그 말, 틀린 말은 아니네요.”

 “그, 그래도 파이에게 기분 나쁜 말이라면 사과할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모아 양과 좀 더 친해지고 싶어졌으니까요.”

   

 그리고 앞으로 친해질 기회는 얼마든지 더 있을 것이다.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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