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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식의 계승자 EP.6 센텀시티 Part.2 32화 Night Ender(下) 작성일2025.08.30 조회393

작성자비해랑

투콰아아앙!!!


시민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환호 속에서, 미숙 누님과 나뉘어 따로 테임 플라이들을 처치하고 있던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중얼거렸다.

"....아직도 많아."

나뿐만 아니라 클로저들이 끊임없이 처치하고 있었음에도 너무 많다. 아직도 너무 많아.



"꺄아아악!!"


그 끝을 모르고 계속해서 몰려온 테임 플라이들이 이제는 시민들까지도 접근하기 시작했다.

"가속을.... 아니, 바다만 아니여도....!"

바람의 흐름을 끌어오기에도 너무 늦은 상황에, 나는 무작정 움직였다.

들고 있던 창을 던지고, 그것을 전력의 극각으로 찼다.



카아...... 쐐애애애애애애-------!!!!


급하게 초고속으로 쏘아진 창은 기묘하게 궤도를 틀더니, 시민들을 향하던 테임 플라이들의 머리를 모조리 꿰뚫고 터뜨렸다.

"응원은 이제 괜찮습니다. 서둘러 대피하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꼭, 이기세요!!"

본격적인 위협을 느낀 시민들도 하나둘씩 다시 대피를 이어갔다.

"....그런데, 방금 어떻게 한 거지?"

조금 전 특이하게 휜 창의 궤도에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급해서 막 찼고, 화살도 아닌 창이 그런 유연한 궤도가 나올 수가 없는데.... 
첫 번째 창의 특성인 필중도 아니고서야....

"...첫 번째 창?  잠깐. 내가 아까 뭘 찼었지?"

분명 급해서 아무 창이나 구현했었다. 습관이 될 정도로 가장 많이 구현했고, 가장 손에 익숙한 창을.... 설마.....!



차킹!


".....!!"

손을 뻗어 창을 구현해 보았다. 언월도처럼 유려한 곡선의 날이 달린 창이... 
필중과 필살의 창, 첫 번째 창이 손에 들려있었다....!


차킹!


이어서 힘을 발하자 구현되지 않았던 게 거짓말처럼 칼날도, 검도 언제 구현되지 않았냐는 듯이 구현돼 내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동시에 느껴졌다. 갑주의 초재생 능력도, 지금까지 계속 새어나가고 있었던 염화도 차오르는 것이....!


확실하다. 능력이, 돌아왔다.


".....그러면."

능력이 돌아왔다는 건.... '
그것'도 구현할 수 있다는 것... 나는 잔뜩 긴장한 채로 왼손을 꽉 쥐었다. 눈을 감고 '그것'을 떠올리며 힘을 흘려보내자, 손 안에서부터 익숙한 무게감과 질감이 느껴져왔다.

".....아,
아아.....!!"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묵직한 빛을 품은 금빛이였다. 그 다음 보인 것은 독특하게 나뉘어진 세 갈래의 활대. 셀 수 없을 정도로 화살이 쏘아지며 새겨놓은 화살의 길까지....


나의 오랜 절망과 후회의 흔적. 동시에 나의 오랜 추억과 그리움의 흔적.... 나의..... 형님의 무기인 이 지금, 다시 돌아왔다.


끼기, 끼이이이이이------


잠시 상념에 잠겨있던 사이에, 어느새 또 다시 셀 수 없이 많은 테임 플라이들이 내 주위를 포위했다.

"....감 찾기에도 좀 부족해 보이는데."

피식 웃으며 놈들을 주시하였다. 가속과 발차기만이여도 충분하긴 했지만, 기존의 힘을 되찾은 지금 이 숫자는.... 그냥 숫자만 많은 잔챙이들에 불과했다.

"와라, 칼날. 검. 창. 그리고.... 폭풍우여, 몰려오시길."



차킹!  차킹!!


쿠쿵..... 쿠르르릉......!!


천둥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자, 나는 활대에 줄을 올리고 화살을 만들어, 저 하늘을 향해 쏘았다.

"쏟아져라, 첫 번째 활."

하늘에 풀어진 화살이 이내 원을 이루자, 그곳에서부터 새로 엮어진 화살들을 비처럼 퍼부어졌다.



서걱!


그 사이, 나는 화살의 틈새를 내달리며 무기를 휘둘렀다. 각 무기를 구현한 순간부터 그렇게나 특성이 각자 달라 보이던 무기들을 어떻게 다뤄야할지, 서로 달라 보이던 무기들마다의 능력을 어떻게 더 꽃 피울 수 있을지 또한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몰아쳐라, 칼날."

이를테면 세 번째 칼날의 특성은 가속이지만, 흐름과 확산을 이해한 지금은 가속은 더 살리면서도 더 유연한 움직임을 취할 수 있었고, 첫 번째 칼날은 흐름의 특성... 유연한 움직임이 특징인 이 칼날에 확산과 가속을 적절히 불어넣으니 더욱 예리하고 날카로운 칼날이 휘몰아쳤다.

"모여라, 하늘 품기... 그리고, 세번째 창."

슈아앗.....!

세 번째 검... 힘을 응집시켜 위력을 증폭시켜주는 이 검의 능력은 이전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로 효율이 올라갔고, 그대로 세 번째 창의 멸(滅)의 능력... 붕괴의 힘에 불어넣어 증폭시켰다.

"세번째 창 폭쇄... 민들레 흩날리기."



푸슈슈슉!!


투두두두두두두!!!


그대로 강화된 세번째 창으로 파리들을 찔러대자, 민들레 홀씨를 막 흩날려보내는 것처럼 터지고 또 터져 흔적이 남지 않을 정도로 작게 부서져 흩어졌다.

"후...."

다른 무기들도 시험해보고 싶었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시야를 새까맣게 뒤덮어 포위하고 있었던 파리들을 이미 모조리 절멸시켜버린 상태였다.

"그럼 이제...."

나는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내 쪽이야 수월히 마무리했지만.... 아직도 수많은 파리들이 육안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일일이 전장 하나하나에 달려가는 건 솔직히 무리이니...

"....전장 전체를 내려보는 수 밖에."


슈르륵.....



슈우우우우우우------!!!!


다리에 실을 엮은 후, 다리 주탑을 향해 가속하기 시작했다. 가속하고 가속해서 주탑 끝에 오른 순간,


후우우웅......



푸확!!


일으킨 폭풍을 추진력 삼아 전력으로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고, 다다를 수 있는 최고점에 다한 순간 바람을 그러모아 낙하 속도를 지연시키며 공중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아....."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땅 위에서 별하늘을 올려다 볼 때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차원종들에게 유린당하고 있었음에도 생(生)과 불빛이 흘러넘치는 도시... 반사된 불빛으로 별을 수놓은 듯한 반짝이는 바다... 그리고 바다와 도시 사이에서 웅장하게 존재감을 돋보이는 현수교까지.... 제이 님이 지켜냈고, 부산 시민들이 다시 되살리고, 클로저들이 지켜내고 있는 이곳에 이 반짝임을 흐리는 수많은 검은 점들이... 파리들이 있었다.



"....와라, 대별왕의 화살."


손 끝에 순간 새하얗다고 착각될 정도로 백열하는 잿빛의 실이 피어나며 순식간에 화살의 형태로 엮여졌다.

포용으로 무력화시킨 힘을 모아 쏘아내는 
극궁-대별왕의 화살. 오직 화살로만 구현할 수 있었기에 오메가 나이트의 불꽃을 무력화해 두고서 막상 쓸 순 없었던 나의 마지막 패, 최강의 수단. 본디 단일 화살인 이것을... 쪼갠다.

대별왕의 화살은 화살로만 만들 수 있다는 제약이 있지만 그 뿐. 화살의 숫자에는 제약이 없었기에 나는 화살을 다시 실로 풀어내 드넓은 펼쳐냈고, 첫번째 활의 화살처럼 얇고 가느다란 화살의 형태로 새로 엮어내었다.

파리들을 모조리 저격하려다 보니 오메가 나이트에게서 흡수했던 그 막강한 불꽃이 금새 부족해졌고, 내 실을 더하면서 동시에 내 불꽃의 열기와 별하나의 화살을 조형을 더해 위력을 증강시켰다. 그럼에도 화살의 밀도와 위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에 이곳으로 온 거란 말이지....!

"와라, 폭풍우여....!"



쿠릉.... 쿠르르.....!!


주위에 있던 구름과 바람이 나를 중심으로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하늘 한가운데. 영감의 능력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서라면 능력을 활용할 구름은 빗방울을 여유있게 머금고 있었고 바람은 차다 못해 넘쳐 불어왔다.

빗방울의 멸(滅)을 화살촉에 담고, 구름의 응집으로는 화살의 밀도를 높이고 증폭으로는 각 화살이 품은 열기를 강화시켰다. 이제 남은 문제는... 조준 뿐. 바람의 흐름으로 궤도를 조정하고 놈들이 피하지 못하도록 가속 시킬 수 있다지만.... 모든 화살에 그렇게 하는 건 무리였다. 좀 무식한 방법이지만...

"....움직임을 모조리 계산하고 쏘는 수 밖에."

두 번째 활을 쏘는 요령으로, 시야에 보이는 모든 테임 플라이들의 움직임을 예측 계산하기 시작했다. 맨눈으로는 다 파악하는 건 무리인지라 바람을 통해 파악하곤 있지만.... 역시, 매핑으로 확인하는 거에 비해 정밀도가 부족했다.

그렇다고 대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조준이 어긋나면 다른 클로저 팀만 아니라 내 동료들.... 하물며 시민들에게 유탄이라도 되면 큰일 날 일이다. 차라리 못 맞추는 게 낫지, 그런 일을 일으킬 수 는 없다.

"조금만 더.... 무리하는 수 밖에."



키이이이.....!


천천히 눈의 능력을 일깨웠다. 영감이 회복시켜주고 다 회복한 재생 능력으로 마저 회복하곤 있었는데도 후유증은 남아 있었는지 머리와 눈이 타들어가는 듯한 열감이 일었다.

갑자기 눈가에 흩날려온 붉은 물방울들이 시야를 붉게 물들..... 아니. 눈 안에서 흘러나온 피가 시야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손을 쓸 수가 없어 어깨로 눈을 문대 시야를 확보해가며 계산을 이어갔지만.... 점차 열감과 통증은 심해져만 갔다.

"조금만 더 버텨라.... 제발 조금만....!"

현을 잡은 손가락들이 떨려온다. 활을 지탱하는 손은 힘이 빠져간다. 목 너머에서 비릿한 피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잖아.....!!"

스승님을 구할 수 없었던 그 때와는 다르다. 지금의 나는 전력을 다 할 수 있었고, 더 이상 그 순간처럼 후회하지 않도록 모든 능력을 쏟아 부어냈다. 모두가 힘겹게 지켜낸 이 도시를 위해, 이 도시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나의 스승을 위해, 그리고....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떨림을 강제로 억누르며 시선을 유지했다.

하지만 마음의 바램과는 별개로, 아직 시야에 모든 파리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뭔가, 뭔가 방법이....!

그 순간,





....
!






아주 잠깐. 아주 찰나에 불과했지만 눈에 한 줄기 빛이 들어와 비춰졌다.

차마 빛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아주 옅디 옅은, 작은 빛이였지만 분명, 빛이였다.



이 길고 길었던 가장 어두웠던 밤의 끝을 알리는.... 새벽 햇살이였다.


눈을 깜빡였을 땐 빛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어떤 무언가가 일어났다.

그도 그럴게.... 다시 지상을 내려봤을 때,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모든 파리들이... 눈에 다 들어왔다.


궤도에 겹쳐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개체도,



다른 엄폐물 뒤에 있어 인식하지 못했던 개체도,


이제 막 새로 부화하기 시작해 놓치고 있던 개체도,


심지어 아직 부화하지도 않은 알 형태의 개체마저도.


내가 노리는 모든 것이 모조리 비쳐보였고.... 그들을 향해 가는 모든 궤적 또한. 보였다.


모든 계산이 끝나지 않았지만 망설임 없이 현을 한마디 더 당겼다.

현을 놓으려는 손끝이 가볍게 떨려왔다. 두려움은 있었지만 더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알 수 있었으니까. 내가 쏘는 이 화살들이.... 차원종만을 반드시 꿰뚫을 거란 믿음이 그 찰나의 빛처럼, 반짝였으니까.

1115354


"모두에게 힘겨웠던 이 길었던 밤을, 끝내자."





놓아준 현이 가벼운 소리를 울리며 튕겨졌고, 나의 바램과 마음은 화살이 되어.... 지상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



지쳐있던 클로저들도,

대피를 이어가던 시민들도,

압도적인 수로 그들을 몰아붙이던 파리까지도.


그 전장에 있던 모두가 모든 것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이 잠시 반짝였기에. 칠흑 같던 밤이 잠시 끝났기에.

그리고.... 찰나 반짝였던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기에.



******



조금 먼 미래, 한 기자가 부산 시민들에게 그 날 밤에 대해 취재했다.


[그날? 말도 마라. 난리도 그런 난리가 읍었다.]

[기억나죠. 유니온의 총장이란 사람이 갑자기 방송으로 신서울 클로저들이 악행을 저질렀다면서 관련인들을 처형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수호 시장님이 바로 반박하는 방송을 내보내셨는데.... 갑자기 방송이 끊기더니 차원종들이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는 게.... 어휴, 말도 마요.]

[그 때 부산에 있던 클로저 아들, 원래 어떤 나쁜 아 잡으러 부산에 온 거였는데.... 우리 돕겠다고 파리들을 그리 열심히 때려잡더라.]

[다른 대피소로 대피하는데 그 어린 클로저들이 싸우는 모습이.... 아주 옛날에 봤었던 알파나이트의 모습과 겹쳐보였죠.]

[그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힘내라고 소리쳤어요. 그랬더니 한분씩 응원하시더니.... 어느새 모두가 응원하고 계시더라고요.]

[근디 그런데도 파리가 으찌나 많은지... 내한테 까지 날아오더네?]

[급하게 대피하는데 이게.....]

[말해도 믿을련지.....]


부산 시민들은 이 다음 내용을 머뭇거리다가, 입 모아 이렇게 얘기했다.

[....잠깐이였지만, 아침이 밝았었어요.]

[그 시각은 분명 아직 태양이 뜨기 전이였어요. 그런데....]

[찰나. 정말 찰나였지만 분명.... 태양이, 햇살이 내려왔었습니다.]

[금새 다시 어두워졌는데... 놀랍기도, 눈이 회까닥 돌 정도로 그 많던 파리들이 온통.... 디져있었다.]

[농담 아니라니까요! 마치 차원종만 노린 것처럼... 저희랑 클로저들만 쏙 빼놓고 차원종만 쓰러져 있었어요.]


....이 내용을 정리한 기자는 추후에 후속 취재한 결과, 그것이 어느 한 클로저의 기술임을 알아냈다. 유니온 측에서는 그 클로저가 자신에 관한 신원에 대해 알려지지 않길 바래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를 잘 안다는 한 협력자를 통해 그날 밤의 기적을 알아내었다.


시궁쥐 팀의 클로저. 코드네임, 나이트 엔더[Night Ender].


그의 친구가 지어줬다는 이 코드 네임을 내세운 그는, 그날 밤과 같은 절망을 닫겠다는 의미로 그 기술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전했습니다.


숨겨진 개체마저 꿰뚫어 인식한 후, 눈 안에 비쳐진 모든 적만을 향해 저격하는 초극정밀 광역기...






밤 닫기. 나이트 클로징 [Night Closing]



 



THE SUCCESSOR OF EROSION

EPISODE.6 SECOND PART


STORY.32 Night Ender(下)




******



쏴아아.....
쏴아아아아.....

전장에서 조금 떨어진, 광안리 해수욕장에 파도가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이제 너의 눈이 되어가고 있구나."

그곳에서 뷜란트는 전장을 바라보며 흐릿하게 미소지었다. 한 때엔 필멸의 눈이라는 멸칭으로 불렸지만, 모든 본질을 꿰뚫고 비추는 자신의 눈.... 먼 옛날 인류에게서 투명하게 하늘을 비추며 동시에 자신들을 올곧게 바라보는 이 눈을.... 
천경(天鏡)이라 불렸던 이 눈을 자신의 후계가 제대로 이어받아 다루는 모습을 보았기에.

"자, 그럼...."

뷜란트는 사뿐히 바닷가에 내려앉고는 누군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1736005

"가고 싶은 곳은 정했느냐?"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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